2-1. 눈으로 듣고 싶었다.

손끝의 움직임, 표정, 숨결까지 함께 해야 닿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by 단음

[PART 2] 그 마음 그대로, 조금 다르게

1. 눈으로 듣고 싶었다




통영의 첫 공연이 끝난 후,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건

단지 음악만이 아니었다.


그 얼굴, 그 빛, 그 아우라.


운 좋게도 첫 공연 좌석을

1층 앞쪽에서 시작해버렸으니..

무대로 걸어 나오는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정말, 어린 왕자가 무대 위로 걸어나오는 줄 알았다.

외모 찬양은 이번 한 번만!
그의 연주는 외모로 표현되기엔
너무 넓고, 너무 깊다.
그래도— 한 번쯤은 꼭 언급해야 겠다.

정수리를 찾을 수 없는 머리숱,
타고난 예술적인 곱슬 머리,
앞머리 아래로 우뚝 솟은 코,
연주를 닮은 신비한 미소,

외모뿐이겠나.
이름마저 음악같은 Yunchan Lim,
과장없이 우아한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성큼성큼, 뚝딱뚝딱, 휙—
반전매력 가득한 걸음걸이,
...
어차피 끝도 없을 테니,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정말로.




나는 결심했다.

‘이번에도 꼭, 보면서 듣고 싶다.’








물론 1층 중블 앞자리가 최고라는 건 알지만,

이선좌의 벽은 늘 높다.


그래서 노린 건 합창석 중앙.

시야 확보엔 최적이고,

1층 중블보다 경쟁률도 낮았다.

그때의 나는 ‘합창석은 음향이 별로’라는 말조차

귀에 잘 안 들어오는, 그런 클린이였다.


그리고 기적처럼 성공한

2023년 6월 28일, 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협연.

합창석 정중앙.


오케스트라를 바라보는 얼굴도,

유려하게 움직이는 손가락도

모두 또렷하게 보이는 완벽한 자리.


무대 위 그의 옆모습은,

말 그대로 빛이 났다.

가끔 오케스트라를 향해 몸을 돌릴 때면,

잠깐씩 정면도 보였다.


무엇보다—

유려하게 움직이던 손가락.

그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앙코르 한 곡?”

악장을 향해 짓던 그 표정도,

이제 앙코르는 그만— 하던 몸짓도,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합창석은 그야말로, 시야 복지 좌석이었다.


[23년 6월 28일 롯데콘서트홀 커튼콜 장면]
합창석에서 이 장면을 남겨주신 관객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myloveLim'







물론,

‘보는 감동’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게 흐르던 연주.

그 안에서 그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카덴차나 짧은 독주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득 샛길로 빠져나가

더욱 자유롭게 새로운 풍경을 즐기고 돌아오는 아이처럼

그는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음들은,

예습으로 들었던 그 어떤 다른 연주와 달랐고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 만의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이었다.


무엇보다 그날 그는

쉼표에서 말을 멈추는 대신,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누가 먼저 숨을 멈췄는지도 모르게

공연장은 조용히 잠겼고,

오직 음악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 감동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정말로— 마법 같았다.








이날 나는 확신했다.

어디에 앉든,

손끝에서 흐르는 음악을

눈으로 따라갔기에,

감동이 더 깊어질 수 있었다고.


그래, 나는 그리 섬세한 편도 아니다.

음식도 안 가리고 뭐든 맛있게 먹는데,

귀라고 다르겠는가—


음향이 좋든 나쁘든,

내 귀는 잘 모를 것이다.


역시 음향보단 시야 확보다!





이 날의 연주곡 영상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도 정말 아쉬운 일이다.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그날의 앵콜곡,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라크리모사'.
말로 다 담기지 않는 무게와 여운이 있었다.
그 한 곡만으로 공연이 열린다 해도,
또 한 번, 온 힘을 다해 티켓팅에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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