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 위애 쌓인 이야기들
"엄마의 칼국수"
점심시간, 커피 한 잔 하려고 주방에 나갔더니
엄마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칼국수 반죽을 밀고 계셨다.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칼국수가 나오는 걸 보며
아빠가 "저거 맛있겠다" 하셨는데,
엄마는 그걸 들으셨나 보다.
엄마는 밀대를 굴리며 예전 이야기를 꺼내신다.
“옛날엔 칼국수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손님 열 명도 문제없었지.”
이 얘기는 아마 서른 번쯤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반죽 위에 올라간 그 기억들이
엄마 손에서 다시 생기를 얻는 것 같아 나는 그냥 웃으며 듣는다.
오늘은 간장도 잘 익었다며, 엄마는 칼국수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하시다.
나는 김치냉장고에서 겉절이를 꺼내 담고, 아빠를 부른다.
참고로 나는 요즘 간헐적 단식 중인데, 이런 날은 예외다.
엄마의 칼국수 앞에서는 그 어떤 다이어트 계획도 소용없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를
조용히, 그리고 맛있게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