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때는 무엇으로 알게 되는 걸까.
달라진 아침 공기, 매일 덮고 자던 이불의 촉감, 노릇해진 하늘색과 한결 조급해진 넘어가는 해, 어느덧 여름에서 가을로 이곳의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흠칫 느끼게 된다.
변화의 처음에선 항상 마음이 불안해져. 지금 계절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나, 새 계절을 맞이하고 또 그다음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나, 늘 불완전한 순간의 만남에 가슴속이 복잡해지지.
처음에 시작할 땐 무엇이든, 뜨겁게 반가웠다가 중간을 지날 때면 곧잘 그 지루함에 도망치고 싶어 지고, 이제 좀 알만한가 싶으면 다음 것이 발 끝에 와 있어.
나는 내 마음의 계절이 봄의 에너지와 가을의 색을 가지기를 바라. 생의 열망으로 푸릇푸릇하되 충만함으로 다채로운. 몰입의 열정이 고독의 느슨함으로 균형을 이루는.
지금 뜨거운 이 마음이 언젠가는 차가운 겨울이 될 테지만, 지금의 온도와 나만 아는 발열점이 차가운 겨울이 되더라도 마음을 다시 끓어 덥혀 주기를 바라. 내 마음의 온도가 영하 이십 도도 영상 삼십칠 도도 아닌, 선선한 이십 일도에서 이십 칠도 사이에 머물기를.
마음의 계절이 바뀌는 그때, 마음의 온도계가 적당한 온도를 지켜주기를.
선선한 바람이 분다, 유정아.
가을의 시작은 폼 가득 올려 시나몬 잔뜩 뿌린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에 시나몬롤이지.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에 진한 시나몬 향을 온 마음으로 전하며,
감기 조심해.
(여름의 끝과 가을의 처음이 만나는 길목에서, 오늘 아침, 서울, 남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