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은퇴제도

어떻게 달라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by 라온재


연금은 왜 사라졌을까


“그 회사는 평생 다니면 은퇴 후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대.”

한때 미국에서는 이런 말이 당연했다. 대기업에 정년까지 근속하면, 퇴직 이후에도 매달 일정한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흔히 ‘골드 워치’와 함께 떠나는 은퇴식은 안정된 노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05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파산하며 그 약속은 무너졌다. 회사는 연금 지급 의무를 포기했고, 수많은 직원들이 평생을 바쳐 일한 대가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 그 사건은 기업 연금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더 이상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그 후로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연금 제도, 즉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시스템을 줄줄이 폐지했다. 대신, 개인이 알아서 투자하고 관리해야 하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401(k).


401(k)는 고용주가 일부 보조금을 매칭해주긴 하지만, 결국 은퇴 자산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 언제 투자하고, 어떤 상품을 고르고, 언제 인출할지까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퇴직 후 어떤 삶을 살게 될지, 회사가 아니라 본인이 계획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남은 것은 사회보장제도, Social Security


물론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있다. 바로 소셜 시큐리티(Social Security). 평생 동안 급여에서 일정 비율의 세금을 납부한 대가로, 62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수령을 늦출수록 금액은 늘어나고, 70세까지 미루면 최고 124%까지 증가한다.


이 연금은 물가상승률(COLA)에 따라 매년 조금씩 오르긴 하지만, 혼자서 은퇴 생활을 유지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 따라서 Social Security는 기본 안전망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래도 공무원은 여전히 연금을 받는다


한편, 미국의 공공부문, 즉 연방 및 주 정부, 시 정부, 공립학교는 여전히 전통적인 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교사, 경찰, 소방관 등은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퇴직 이후 평생 일정 금액을 수령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CalPERS나 미주리의 MOSERS 같은 시스템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고, 일부 주에서는 재정 압박으로 인해 연금 축소 혹은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똑똑한 전략


그렇다면, 지금의 미국에서 연금 자산을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401(k)의 회사 매칭은 절대 놓치지 말자.

이는 “공짜 돈”이라고도 불린다. 고용주가 5%까지 매칭해준다면, 반드시 그만큼은 불입해야 한다.

2. Roth 401(k)와 Roth IRA를 함께 활용하자.

은퇴 후 세금이 오를 가능성을 생각하면, 세후 불입–면세 인출 구조는 매우 유리하다.

3. Social Security는 가능하면 늦게 수령하자.

건강하고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67세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4. Rollover 전략을 고민하자.

직장을 옮기거나 은퇴 후에는 401(k)를 IRA로 옮겨 통합 관리하는 것이 수수료 절감과 유연한 운용에 좋다.

5. 세금 전략을 은퇴 계획에 통합하자.

Traditional IRA와 Roth IRA의 분산은 인출 시점의 세율 최적화에 유리하다. 더불어 RMD(Required Minimum Distribution)에 대비한 플랜도 필요하다.


은퇴는, 준비하는 자에게 복을 준다


연금이 사라지고, 정부의 보장은 최소한에 그치고, 노후 책임이 개인에게 넘어온 시대.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정보와 도구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최대한 절세하며 자산을 축적하고, 은퇴 후에는 지혜롭게 인출하며 오래 살아야 한다. 미국에서 은퇴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제도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기술이다.


퇴직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숫자보다 중요한 건 바로 전략이다.

keyword
이전 20화동양장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