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삶에도 준비는 필요하다

건강과 재정에 집중한 은퇴 후 플랜 B-1

by 라온재

은퇴를 준비하면서 나는 최선을 다해 플랜 A를 설계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 루틴, 정기 검진 계획, 식생활 습관까지 세심하게 짰고,

재정적으로는 연금, 투자 수익, 자산 정리를 통해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해두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이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은퇴 이후의 삶은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반드시 찾아오고, 그때를 위한 플랜 B,

특히 건강과 재정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계획은 멈춘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건강이다.

병원비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자유를 잃는 것이다.

걷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혼자서 씻지 못하는 순간,

세계여행도, 정원 가꾸기도, 손주와의 시간도 모두 멀어진다.


그래서 나는 건강 플랜 B를 만들었다.


첫째, 일시적인 건강 악화를 대비해 정착 가능한 도시 리스트를 준비해두었다.

기후가 온화하고,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도시들—한국의 순천, 멕시코의 메리다, 콜롬비아의 메데진, 에콰도르 쿠엥카, 지중해 인근 몬테비데오, 몰타, 포르투칼, 터키, 스페인등.

한 곳에 머물며 회복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각각의 지역에 대한 의료 정보와 비용,

그리고 영어 사용 가능 여부까지 사전에 조사해두었다.


둘째, 만약 장기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의 요양형 병원 혹은 외국의 홈케어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연금과 자산의 일부는 ‘케어 예산’으로 분리해두고,

의료비 대비 효율이 높은 국가들(태국, 포르투갈, 헝가리 등)의 장기 체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셋째, 정신 건강도 플랜 B의 핵심이다.

외로움,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된다면 ‘혼자 있지 않기’가 답이다.

그럴 경우, 커뮤니티 하우스나 은퇴자 마을, 또는 신뢰할 수 있는 룸메이트와의 동거를 고려하고 있다.

삶의 질은 함께 사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재정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많은 사람이 재정을 플랜 A로만 바라본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가 나가는지를 계산하고

그에 맞춰 생활을 계획한다.

하지만 플랜 A가 흔들릴 때, 재정은 우리의 선택지를 급격히 줄인다.

그래서 나는 재정적 플랜 B도 꼭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을 가정해 ‘긴축 생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여행을 줄이고 한 곳에 정착하는 경우, 월 생활비는 평균보다 25% 감소된다.

이때는 외식보다 자급 자족형 식생활, 무지출 챌린지, 공공시설 활용 같은 라이프스타일 전환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다소 답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둘째, 세금과 환율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도 플랜 B에 포함되어 있다.

Roth IRA와 브로커리지 자산의 일부는 환전 없이 쓰는 구조로 유지하고,

Wise 등 저비용 송금 수단과 함께, 한국·미국 양국의 세무 환경을 수시로 점검한다.

예상보다 자산이 빨리 줄어드는 경우, 여행의 빈도를 줄이고

비용 효율이 높은 국가(페루, 볼리비아, 알바니아 등)로 전환할 계획도 있다.


셋째,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때를 대비해 ‘현금성 자산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한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의료비, 귀국 항공료, 긴급 수리 등의 상황에서도 자산 매각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은퇴의 핵심은 ‘당황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여유’다.


플랜 B는 나를 더욱 자유롭게 만든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은퇴 이후에도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플랜 B는 나를 구속하는 백업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숨겨진 날개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

나는 그 불확실함조차도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 가능성까지도 품은 삶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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