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틋한 기억과 현실의 거리
메릴 스트립을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맘마미아, 그리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 작품들에서 그녀는 단순한 배우라기보다는, 존재 그 자체였다. 그녀의 연기는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마음속에 잔잔히 남아 있는 영화다. 언젠가 아이오와로 출장 갔을 때,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지붕 있는 다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 그 다리는 특별하지 않았다. 나무 냄새가 배어 있고, 시골 자갈길 옆에 조용히 자리한 평범한 구조물이었다. 차가 지나가면 흙먼지가 일고, 다리도 그 먼지로 쉽게 뒤덮였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순간, 나는 다시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를 떠올렸다. 평범한 공간이 하나의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이 영화의 힘이고, 배우의 힘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의 우주에서, 이런 확신은 오직 한 번만,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아. 아무리 많은 생을 살아도.”
로버트가 남긴 이 말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되뇌어졌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나는 프란체스카가 차문을 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는 장면에서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녀가 로버트를 따라갔다면 어땠을까, 인생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이 영화를 보며, 내 감정은 달라졌다. 그녀가 그를 따라가지 않았기에, 그들의 사랑은 오히려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녀는 평생을 그 사랑을 품고 살아갔고, 그 애틋함은 더 깊게 남았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은,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확신’이라는 감정에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온몸이 진동할 만큼 강한 감정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선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살아냈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 평범했던 다리 위에서,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