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랑

단테, 프란체스카, 그리고 도파민의 기억

by 라온재

사랑은 참으로 신비로운 감정입니다. 때로는 평생을 함께한 사람보다, 단 몇 날 혹은 단 한 번 스쳐간 인연이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그런 사랑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때로는 평생 간직하게 되는 걸까요?

문학에서는 이러한 사랑을 종종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고귀하다고 말합니다. 단테의 베아트리체,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사흘간의 사랑은 모두, 현실에서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찬란하게 기억되는 사랑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순한 이상화 이상의, 생리학적이고 신경화학적인 배경도 숨어 있습니다.

사랑의 초기 단계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설렘을 느끼고, 기대하고, 상대에게 몰입하도록 만드는 핵심 물질입니다. 그러나 도파민은 강렬하지만 지속되기 어려운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자극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그 효과는 점차 둔화됩니다. 그래서 도파민이 주도하는 사랑은 강렬하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루틴과 함께 자연스럽게 감정의 열기도 사그라들게 됩니다.

반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도파민의 강렬한 순간만을 기억 속에 고스란히 봉인하게 됩니다. 그 사랑은 시간이 멈춘 상태로, 감정이 가장 빛나던 지점에서 그대로 정지되어 남습니다. 현실적인 갈등이나 피로, 감정의 소모 없이, 가장 아름답고 강렬했던 순간만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종종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 그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마치 도파민이 다시 분비되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나쁜 남자나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에게 유독 끌리는 감정 역시 이 도파민의 작용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하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대상은 우리의 뇌에 더 큰 도파민 반응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끼지만, 실상은 그 대상이 주는 감정적 고조와 기대감에 중독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루어진 사랑은 시간이 지나며 도파민의 열기가 가라앉고, 그 자리에 신뢰와 책임, 일상의 루틴이 들어오게 됩니다. 반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뇌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도파민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뇌는, 현실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사랑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단테의 사랑, 프란체스카의 선택, 그리고 누군가의 첫사랑. 그것들은 모두 현실에서는 이어지지 않았기에, 이상화된 기억으로, 도파민이 만들어낸 찬란한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삶의 어느 순간, 조용히 우리 마음을 울리고, 따뜻하게 적십니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완전했던 사랑. 그것은 신화나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도 한 자락씩 숨어 있는, 작지만 깊은 진실일지도 모릅니다.

keyword
이전 12화메디슨 카운티의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