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정리할 권리

by 라온재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씁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떠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며, 적절한 순간에 스스로 삶을 정리할 권리 또한 인간의 존엄과 깊이 연결된 문제라고.


죽음은 선택할 수 없는가?


호스피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누구는 준비된 얼굴로 떠나고, 누구는 끝까지 미련 속에서 몸부림친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왜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가? 자연의 순리대로 마지막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까지 통증과 고통 속에서 무력하게 기다려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판단력이 남아 있다면, 삶을 마무리할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단순히 생명 연장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떠날 것인가에 대한 권리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가?

현실적으로,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누군가는 죽음을 피하려 애쓰며,

누군가는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떠나고,

누군가는 삶을 충분히 정리한 뒤 평온하게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대의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는 데 집중되어 있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병원에서는 마지막까지 생명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환자의 바람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살아가는 법만 배울 뿐, 죽음을 준비하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정리할 권리가 있다. 나는 생각한다. 삶이 내 것이었다면, 죽음 또한 내 것이어야 한다.

고통과 존엄을 저울질하며 삶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

스스로 만족할 만큼 살아냈을 때,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는 권리,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떠나야 하는 두려움을 피할 권리.​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무력하게 병상에 누워 남은 생명의 끝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대신, 내 삶을 충분히 정리한 후,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떠날 수 있기를 원한다.


죽음을 정리하는 것은 곧 삶을 완성하는 일


호스피스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생명 연장의 과정이 아니다. 삶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할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필요한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것이다.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내가 떠난 후 남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재산과 법적 문제를 정리할 것이다.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럽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내 손으로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는 출생을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마무리하는 능동적인 행위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이 오면, 내 삶을 정리할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마지막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충분히 살았고, 이제 내 선택으로 떠난다.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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