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누군가 옆에 있어준다면

by 라온재

젊은 날, 사랑은 전쟁 같았다.

눈빛 한 번에 마음이 뒤집히고,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 시절 우리는 서로에게 너 없인 못 살아라며 질척였고, 우리 둘이 세상 전부라며 당당했으며, 때로는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며 성질을 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알게 된다.

진짜 외로움은 아무와도 싸우지 않을 때 온다는 걸.

말다툼조차 하지 않는 정적, 누군가 집에 들어올 기척도, 식탁 건너편의 숨소리도 없는 그 고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조용히 말했다.

밤에 같이 있어줄래요?

이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거창한 고백도, 드라마 같은 사랑도 아니다. 그냥 같이 있어달라는 말. 그것도 낮이 아니라, 밤에.

밤은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낮에는 멀쩡한 척, 괜찮은 척, 뭐든 다 할 수 있는 척하다가, 밤이 되면 문득 쓸쓸해지는 것.

그게 노년이라는 시간의 속성이다.

Our Souls at Night 소설의 루이스와 애디는 연애도, 동거도, 결혼도 아닌 묘한 관계를 시작한다.

같이 자지만, 섹스는 하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나눈다.

죽은 배우자에 대해, 자식에게 미안했던 마음에 대해, 사랑했지만 어쩌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해.

그리고 어느 날, 아주 조심스럽게 웃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노년의 사랑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아직도 삶은 끝나지 않았고,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아침이 온다.

그 아침에 함께 차를 마시고, 조용히 신문을 읽고, 날씨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다시 사는 삶 아닐까.

밤이 오는 것이 두렵지 않은 이유,

누군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너 없인 못 살아가 아니라,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My Souls at Night은 켄트 하퍼(Kent Haruf)의 마지막 소설로,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이 책은 나이가 든 두 남녀가 각자의 외로움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시작하는 특별한 동행과 감정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내용 요약:


콜로라도의 조용한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노년의 남녀, 애디와 루이스는 어느 날 밤, 애디의 제안으로 같은 침대를 나누며 함께 밤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단지 외로움을 덜기 위해 시작된 이 관계는, 점차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는 깊은 교감으로 발전합니다. 사회적 시선, 가족의 반대, 그리고 노년의 삶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2017년,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가 주연을 맡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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