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숨, 물, 음식, 온기—이 네 가지가 없으면 생명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단지 생명체로서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의미를 부여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며, 타인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계 –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사랑, 우정, 인정.
목적 –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할 이유. 나만의 방향.
자율성 –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
안정성 – 경제적·정서적 불안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
성장 –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 배움과 확장.
건강 – 신체적 자유. 움직일 수 있는 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
이 조건들이 충족될 때, 인간은 단순히 숨 쉬는 존재를 넘어서 존엄한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삶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 사이에는 이토록 깊은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잘 죽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죽음은 외면하거나 미루는 사건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단지 병원, 유언, 장례 문제를 뜻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정신적, 철학적, 실천적 준비가 포함됩니다:
수용 –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정리 – 감정, 관계, 물질, 기억의 매듭을 스스로 정리하는 힘
의지의 명확화 – DNR, 호스피스, 유언장 등 자율적 의사표현
감사 – 살아온 날에 대한 긍정과 감사의 감정
작별 – 사람들과, 세상과, 나 자신과의 이별 의식
평온 – 억지로 버티지 않고, 고요히 흐름에 몸을 맡기는 자세
죽음을 억지로 연장하거나, 반대로 무책임하게 포기하는 것이 아닌,
의식적이고 주도적인 작별—그것이 ‘잘 죽는다’는 것의 핵심입니다.
‘잘 산 사람만이 잘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중심에 자율성과 의미, 관계가 있었던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보다 정돈된 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삶을 외면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면
죽음 앞에서 당황하고, 후회하고, 준비할 틈도 없이 떠나게 되겠지요.
결국 ‘잘 살기’와 ‘잘 죽기’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마지막 장면을 결정짓는다는 사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그리고 언젠가, 그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은 단지 미래를 향한 사색이 아닙니다.
지금, 오늘, 이 순간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삶의 중심질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준비는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며,
그 하루하루가 쌓여
자연스럽고도 존엄한 이별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