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너 맞구나.

첫사랑의 얼굴이 기억을 깨웠다

by 달이음

강당은 신입생들로 가득했다.

웅성이는 말소리와 낯설고 어색한 공기 속,

현우는 총장님의 연설을 듣는 둥 마는 둥, 주변 학생들을 빠르게 스캔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지루한 척 시선을 돌리던 그때,

단정한 단발머리에 선한 눈매를 가진 한 여학생이 현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그곳만 조명이 비추는 듯, 반짝이는 눈동자가 그의 기억을 두드렸다.


쿵.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이람.


잊지 않기 위해 수백 번, 수천 번 마음속으로 불러왔던 그 이름.

단발머리에 환히 웃던 아이는, 이제 성숙한 스무 살의 모습으로 그의 눈 앞에 있었다.


놀란 마음을 감추려 애쓰며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이람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익숙한 동작이었다.


"진짜… 너 맞구나."

현우는 작게 중얼였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 하나만을 목표로 수의학과를 택했고,

그 끝에서 결국, 그녀를 다시 마주했다.


어린 시절,

함께 강아지를 구했던 그날.
다친 강아지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웃던 이람의 모습이
불현듯 눈앞에 떠올랐다.


이람의 눈동자는 여전히 그때와 같은 맑은 빛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야, 어디 가! 같이 가!"

서준의 외침에도 현우는 곧장 강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람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인파를 헤치며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그 순간, 긴 생머리에 붉은 립스틱을 한 여학생이

새침한 미소로 그를 올려다 보며 말을 걸었다.


"어? 우리 같은 고등학교였지? 나 최보미. 기억 안 나?"


현우는 잠시 멈칫하고는 이어서 대답했다.

"어, 기억나. 근데 나 지금 좀 바빠."


"아 그래? 나 수의학과인데 넌 무슨 과야?"

"같은 과."

"진짜? 그럼 같이 가자~"

"나 화장실. 저 뒤에 서준이 와. 같이 가."

현우는 짧게 대답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보미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현우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 앞만 향했다.


현우는 이람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골랐다.

'혹시... 말을 걸어도 나를 기억 못할수도 있고..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서늘한 바람이 등을 스쳤고, 조금 전의 설렘은, 멀어져갔다.


그때, 뒤에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 간다며? 큰일인 줄."

현우는 웃지 않고 고개만 저었다.

그 옆으로 보미가 다시 다가와 수다를 이어갔다.


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이람의 맑은 눈동자와 화끈 달아오르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