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치유를 위한 눈물이자 성장의 시간

by 아름다윰

"슬픈 일은 빨리 잊어야 해."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있나요?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혹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슬픔이란 감정을 억지로 밀어낼 때가 있어요. 눈물을 참고, 괜찮은 척 웃으며 '빨리 극복해야지' 다짐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덮어둔 슬픔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이 쌓여 언젠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찾아오게 되죠.


오늘은 외면하려 했던 감정, 슬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 감정이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지, 그리고 슬픔을 어떻게 건강하게 마주하고 흘려보낼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 볼까요?




슬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감정


슬픔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을 때,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기대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울적할 때 우리는 슬픔을 느끼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슬픔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울지 마", "힘내", "빨리 잊어버려"같은 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슬픔을 드러내는 것은 약함의 표시로 치부되곤 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느낄 때마다 서둘러 그 감정을 밀어내고 바쁜 일상 속에 묻어두려 합니다.

"괜찮다"는 말로 자신을 다독이며, 누군가 "어떻게 지내?"라고 물으면 습관처럼 "잘 지내"라고 대답하죠. 마치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모습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슬픔은 결코 약함의 상징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겼다는 증거이자, 상실과 변화에 대한 마음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콜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트라우마와 회복 탄력성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조지 보나노(George A. Bonanno) 교수는 40년 넘게 인간의 상실과 회복 과정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는 저서 『결국 회복하는 힘』 에서, 슬픔은 고통스럽고 힘든 감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심리 과정이라고 강조합니다.

보나노 교수는 큰 상실이나 깊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놀라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발휘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극심한 고통 이후에도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그 출발점이 바로 '슬픔'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슬픔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슬픔은 우리가 어떤 것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입니다. 그래서 슬픔을 억누르려 하기보다는 그 감정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일에도 슬퍼하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도 그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았고, 그 무엇에도 진심으로 마음을 담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니까요.




슬픔이 우리에게 건네는 깊은 메시지


​슬픔이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괜찮아, 지금 아파해도 돼
이 아픔은 곧 치유될 거야,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너는 더 깊어진 자신을 만나게 될 거야


슬픔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었을 때 찾아와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줍니다. 사랑하는 외할머니를 떠나보냈을 때, 저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 속에서 며칠 밤낮을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외할머니와의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고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슬픔은 잃어버린 것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하도록 도와줍니다.


충분히 슬퍼하지 않으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처럼 아픔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건 치유의 시작입니다. 눈물은 그저 아픔의 표현을 넘어, 마음을 정화하고 스트레스를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죠.


​이런 아픔을 겪으며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존재로 성장하고 통찰을 얻습니다. 삶의 유한함과 소중한 것의 가치를 깨닫고, 타인의 고통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죠. 마치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슬픔을 통해 우리 내면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슬픔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방법


​그렇다면 이 어렵지만 소중한 감정, 슬픔을 어떻게 건강하게 마주하고 흘려보낼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슬플 때 종종 혼자만의 동굴에 숨으려 합니다. '괜찮은 척해야지', '남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같은 생각에 입을 꾹 닫고 버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억누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멍울처럼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가장 먼저 신뢰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슬픔을 이야기해 보세요. 친한 친구나 가족, 혹은 당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말이죠.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슬픔은 신기하게 가벼워집니다. 복잡했던 감정들이 정돈되고, 혼자 끙끙 앓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직접 말하기 어렵다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 같아 일기장에 제 모든 슬픔을 쏟아냈습니다. 그저 제 감정을 단어 하나하나에 담아내는 행위만으로도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정을 밖으로 꺼내 보이는 용기는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는 첫걸음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슬픔은 더 이상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슬픔을 통해 만나는 진정한 성장


​슬픔을 따뜻하게 마주하고 충분히 애도할 때, 우리는 더 큰 성장과 변화를 경험합니다. 슬픔은 우리에게 삶의 깊이를 이해하게 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줍니다. 또한,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강인함과 회복 탄력성을 얻게 됩니다. 마치 혹독한 겨울을 지낸 나무가 더 단단해지고 봄에 더 풍성한 잎을 틔우듯, 슬픔을 통해 우리는 더욱 성숙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슬픔은 고통스럽지만,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당신의 슬픔을 외면하지 말고,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모든 감정은 의미가 있으며, 슬픔 또한 당신을 더 넓고 깊은 세상으로 이끌어줄 소중한 동반자가 될 테니까요.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슬픔이'의 이야기는 슬픔이 결코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슬픔이'는 처음에는 무기력하고 우울해 보였지만, 결국 주인공 라일리가 가장 힘든 순간에 진정한 공감과 치유를 선사하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감정으로 빛을 발합니다. '슬픔이'가 라일리의 아픔을 온전히 함께할 때, 비로소 라일리는 위로를 받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죠.


이처럼 ​​슬픔은 우리에게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합니다. 때로는 이 슬픔이 또 다른 강렬한 감정, 즉 분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분노라는 감정을 따뜻하게 바라보겠습니다. 분노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요?






* 조지 A. 보나노(2024). 『결국 회복하는 힘: 역경의 끝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 회복탄력성의 새로운 과학』. 조용빈 옮김. 서울: 더퀘스트 / 길벗.
(원제: George A. Bonanno, The End of Trauma: How the New Science of Resilience Is Changing How We Think About PTSD, Basic Books, 2021)

*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이미지 생성: Perplex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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