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나를 채웠다.

모두 나를 위한 시간이다.

by 김에피

요즘 나는,

혼자서 쇼핑을 한다.


주로 화장품을 산다.

향이 좋은 크림,

가벼운 로션,

차곡차곡 쌓여가는 작은 병들.


그리고 옷을 고른다.

체중이 줄고 나서,

옷 태가 달라졌다.


핏이 잘 살아나는 셔츠,

조금 더 단정한 팬츠.

거울 속의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웃고 있다.


가끔은,

책도 고른다.


서점에 들러 책등을 읽고,

조용히 고른 책 한 권을

가방에 넣는다.


혼자 영화관에도 간다.

티켓을 끊고,

한자리 건너 빈 좌석에 앉는다.

스크린 속에 빠져드는 동안,

아무 생각도 없다.


쇼핑도,

영화도,

책도—

모두 나를 위한 시간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대신,

이제는 나를 기다려준다.


혼자 있는 게 어색하지 않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요즘 나는,

그렇게 나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을 쉼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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