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와 아이가 만드는 '리얼성장 동화' 시리즈
⌈마녀를 좋아하는 딸에게 어설프게 엄마가 마녀라고 고백하며 확장된 이야기입니다. 철썩 같이 엄마가 마녀라고 믿는 딸에게 마녀의 세계관은 점점 걷잡을 수 없게 커졌습니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볼까 생각하여 매일 잠자리 독서로 들려준 후 반응을 녹인 '리얼 성장동화'를 써보려 합니다. 딸아이가 언제까지 엄마가 마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7살 순수한 마음을 녹여 기록해보고자 하는 '마녀 엄마는 수련 중입니다'⌋
※ 이 브런치의 구성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 첫 번째 구성. 엄마가 만든 동화
- 두 번째 구성. 린나(딸)의 반응
- 세 번째 구성. 엄마의 한 줄
우리 반에는 혜원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조용조용 말하고, 웃을 땐 양 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가요.
내가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들어주는 아이예요.
근데 가끔, 혜원이는 말을 더듬어요.
“저, 저기… 그게…” 하다가
말이 멈춰버릴 때도 있어요.
아예 아무 말도 안 할 때도 있어요.
나는 혜원이랑 친구라서 참 좋아요.
근데 가끔은 좀... 답답해요.
기다리다가 그냥
내가 먼저 말해버릴 때도 있어요.
“그거 말하려고 한 거지? 나 알아!”
그러고 나면,
조금 마음이 찝찝해져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린나: “엄마, 혜원이랑 얘기하면 답답해. 왜 말을 안 해?”
엄마: “그럴 수도 있지. 마녀나라에는 배우는 데
100년 걸리는 마법도 있어.”
린나: “에이~ 100년이나?
그럼 그냥 안 배우면 되잖아.
배우다 할머니 되겠어!”
엄마: “그 마법은 기다려야만 배울 수 있거든.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는 마법이야.”
린나: “진짜...? 그런 마법도 있어?”
엄마는 웃으면서 이불을 덮어줬어요.
나는 눈을 감고 상상했어요.
100년짜리 마법이라니...
도대체 무슨 마법일까.
다음 날 유치원에 갔어요.
근데 이상했어요.
친구들이 아무도 말을 안 해요.
선생님도, TV 속 캐릭터도
손으로만 말했어요!
나는 말했어요.
왜 아무도 말 안 해?
나한텐 왜 대답 안 해?
지안이도, 민지도
내 말을 못 들은 것처럼
손으로만 휙휙 움직였어요.
혜원이는 나를 보며
조용히 손을 움직였어요.
나는 점점 답답해졌어요.
그래서 소리쳤어요.
그 말을 하고 나니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요.
혹시…
내가 전에 혜원이한테도
그렇게 말했을까?
그때,
주머니가 따뜻해졌어요.
손을 넣었더니
마녀나라에서 받았던 ‘마음의 거울’ 이 나왔어요.
나는 조심조심 꺼내
친구들을 비춰보았어요.
그 순간—
귀로는 들리지 않던 손짓들이
말처럼, 마음처럼 들리기 시작했어요.
지안이의 손이 이렇게 말했어요.
왜 말을 안 해? 어제까지는 잘했잖아.
답답해.
그 말은
아까 내가 했던 말이었어요.
딱 그대로.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가슴이 꼭 조여드는 느낌이었어요.
나는 조용히 혜원이 옆으로 다가갔어요.
그리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따라 해 봤어요.
느리고, 어색하고,
조금은 틀렸을지도 몰라요.
근데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혜원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그 순간,
작지만 또렷하게—
혜원이의 입이 열렸어요.
괜찮아. 너는 좋은 친구야.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 말이
내 마음속에 포근하게 퍼졌어요.
몽글몽글, 따뜻하게.
그리고 조금...
아주 조금... 눈물이 날 뻔했어요.
‘나도 못하는 게 많거든...
그때 누군가,
혜원이처럼 날 기다려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린나야~ 일어나야지. 꿈에서 뭐 했길래 손을 휘적휘적해?”
엄마 목소리에 눈을 떴어요.
아… 꿈이었구나.
근데 아직 가슴이 따뜻했어요.
꿈인데도… 마음 한쪽이 꼭 진짜 같았어요.
말이 없는 순간에도,
마음이 뭔가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말을
나는 잘 듣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동안 조금 급하게 굴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기다리는 건… 어렵고,
조금 심심하고,
가끔은 답답하기도 한데—
그래도, 그게
마음을 알아보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다림 마법… 한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빨리 혜원이를 만나고 싶어요. 그럼 이만! (핑거 스냅!) 뾰로롱~ 얍!
최근 엄마와 아빠는 린나가 중요한 대화에 톡톡 끼어드는 습관에 대해 훈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늘 맛있는 반찬부터 손이 먼저 가고, 화장실도 아빠가 먼저 다녀왔다고 투덜대며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기다림이 서툰 나이라는 걸 알지만, 이제는 조금씩 잡아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훈육은 길어졌습니다. 그날 밤,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더니 린나는 말없이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눈물을 또르르 흘렸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제 품으로 안겨왔습니다.
가장 느린 말에도 마음은 들어 있어요. 그걸 들어주는 아이가 되길,
그걸 알아봐 주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동화를 엽니다.
엄마와 함께 만든 "성장형 판타지 육아 에세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