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의 하루
오늘도 짐을 지고
나는 걷는다
정해진 일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몫이 되어 있었다
등에는 무게, 손에는 조심스러움
미끄러운 하루 위를 조용히 디딘다
길은 끊어져 있고
사람들은 서로의 벽 뒤에 숨어 있다
나는 단절 사이에 선 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비는 오래 내리고
신호는 잡히지 않고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가만히 숨을 고르고
넘어진 짐들을 다시 하나씩 일으킨다
상사라는 BT는
내 오늘의
발목을 잡지만
힘껏 떨쳐낸다
이 길에 환영은 없고
보상도 약속도 없지만
그렇기에 나는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이 조용한 걸음이
무언가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기에
중년의 인생은
정답 없이 이어붙이는 연결의 시간
나는 묵묵히 그 사이를 걸어간다
흔적을 남기기보다
길이 되어 사라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