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려 시집 15화

데스 스트랜딩

배달 노동자의 하루

by KOSAKA

오늘도 짐을 지고

나는 걷는다


정해진 일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몫이 되어 있었다

등에는 무게, 손에는 조심스러움

미끄러운 하루 위를 조용히 디딘다


길은 끊어져 있고

사람들은 서로의 벽 뒤에 숨어 있다

나는 단절 사이에 선 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비는 오래 내리고

신호는 잡히지 않고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가만히 숨을 고르고

넘어진 짐들을 다시 하나씩 일으킨다


상사라는 BT는

내 오늘의

발목을 잡지만

힘껏 떨쳐낸다


이 길에 환영은 없고

보상도 약속도 없지만

그렇기에 나는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이 조용한 걸음이

무언가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기에


중년의 인생은

정답 없이 이어붙이는 연결의 시간

나는 묵묵히 그 사이를 걸어간다

흔적을 남기기보다

길이 되어 사라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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