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회사, 자아
삶은
하나의 비선형 미분 방정식이다.
해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궤도 위,
나는 매일 초기 조건을 수정한다.
가족이 뜨면
나는 따뜻한 중력을 느끼고,
같은 말도 삼킨다.
"괜찮아, 아빠가 할게."
그 말 뒤엔 식지 않는 청구서와
아이의 꿈, 배우자의 침묵이 있다.
그 태양은 나를 돌게 만든다.
회사가 뜨면
나는 궤도 수정을 멈춘다.
이직은 변수고, 조직은 상수
기한은 마감이고, 회의는 반복
나는 나 자신을 경계 조건에 맞추며 수렴한다.
자아가 뜨면
나는 어쩌다 발견한 자유항처럼
잠깐 붕 뜬다.
글을 쓰고 싶고, 사라지고 싶다.
하지만 이 태양은 너무 작아
내 궤도에 영향을 주진 못한다.
때때로 세 개의 태양이
동시에 작용한다.
가족이 울고, 회사가 부르고,
내 안에서 누군가 조용히 외친다.
“나는 누구인가?”
그날의 삶은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의 발산 단계에 진입한다.
모든 해는 흐려지고,
모든 의미는 난류 속에 녹아내린다.
그러다
세 개의 태양이 저무는 밤
나는
한 번의 안정기를 지나며
커피 한 잔을 내린다.
그리고 다시
방정식을 푼다.
답은 없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나만의 라그랑주 포인트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