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첩되었습니다
중첩된 나
아침 출근 패턴 속,
나는 파동함수처럼 펼쳐져 있다—
상사의 지시에 ‘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하고 외치는 나와,
저녁 식탁에 앉아
‘오늘 하루 어땠니?’ 눈빛을 기다리는
가족의 미소 속으로 스며들고픈 나,
은행 대출 상환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이달 말 자동 이체일을 예의주시하는
걱정 가득한 나,
부하직원의 어눌한 보고서 한 줄에
속으로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며 난처해하는 나,
틈틈이 자기계발서 페이지를 넘기며
‘나도 더 성장해야 해’ 다짐하는 나까지—
이 모든 ‘나’가 동시에 겹쳐진 채
하루라는 측정이 일어나기 전까지,
나는 끝없이 여러 가능성에 머문다.
퇴근벨이 울리면
한 번의 관측처럼 찰나에 붕괴되어
다섯 갈래의 나가 하나로 모이고,
문 앞에서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내일의 중첩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