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려 시집 21화

나의 외환죄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는 일상

by KOSAKA

나는 매일의 말실수와

마음의 빈틈으로
타인의 영역에 침입한다


거절 한마디에 깨어진 신뢰
희미해진 웃음 뒤 암살의 눈빛
작은 오해 하나가
커다란 적의를 불러일으키고

나는 속죄할 수도 없이
부서진 약속의 잔해를 끌어안는다


말없이 건넨 위로의 손길이
도리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서로의 경계가 무너진 틈새에서
우린 모두 외환죄를 저지른다


친밀함의 환상은
순간의 불협화음으로 파괴되고

다시 손을 내밀 때마다
새로운 외상이 돋아나
마음의 국경선은
끝없이 증식하는 무력지대


그러나 그 외환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인연을 본다
부딪히고 스치며 생긴 균열이
오히려 서로를 단단히 묶는 끈이 되리니


이 죄의 기록을 남겨두자
틀어진 음조 속에서도
다시 조율할 용기를 찾는
우리 모두의 외환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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