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쓰보 공원, 도시가 기억하는 평화의 공간

비행장에서 시민의 쉼터로, 오사카 한복판에 숨겨진 재생의 기록

by KOSAKA

우쓰보 공원(靱公園)은 일본 오사카시 니시구에 위치한 도시형 공원으로, 오사카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녹지 공간 중 하나이다. 공원의 면적은 약 9.7헥타르에 달하며, 전체 길이는 동서 방향으로 약 800미터, 폭은 약 150미터로 긴 직사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공원은 현재 장미 정원, 테니스 센터,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그 기원은 메이지 후기 일본 제국 육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단순한 도시 공원을 넘어, 우쓰보 공원은 오사카의 근대화와 전후 도시재생의 역사, 그리고 현대 시민생활의 요구가 반영된 상징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우쓰보 공원이 위치한 지역은 원래 ‘우쓰보호리(靱堀)’라는 수로였으며, 에도 시대에는 주로 선박 조업과 창고 기능이 집중된 상업 중심지였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제국 육군은 이 지역을 병기 창고 및 훈련장, 후에는 비행장으로 활용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군사시설로 사용되었고, 전쟁 말기에는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전후 미군에 의해 접수된 이 부지는 점차 군사 기능에서 해제되었고, 1955년부터 오사카시는 이 부지를 시민을 위한 녹지 공간으로 전환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는 단순한 토지 이용 변경이 아니라, 전쟁과 군사화의 상징이던 공간을 시민을 위한 평화로운 공공재로 재탄생시킨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1955년부터 조성된 우쓰보 공원은 두 개의 뚜렷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쪽 구역은 장미 정원, 잔디밭, 산책로 등이 중심이 되는 정적인 휴식 공간이며, 서쪽 구역은 대규모 테니스 센터와 놀이터, 운동 광장 등으로 구성되어 보다 활동적인 시민 이용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공원 중앙을 가로지르는 ‘우쓰보혼도리(靱本通り)’ 도로가 이 두 구역을 나누고 있으며, 도로 아래에는 지하보도가 연결되어 있다.

우쓰보공원 장미공원.jpg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우쓰보 공원의 동측에 조성된 ‘장미원(バラ園)’이다. 이 장미원은 약 170종, 3,400그루 이상의 장미가 식재되어 있으며, 매년 5월과 10월경에 절정을 이룬다. 장미원은 단순한 조경 기능을 넘어, 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도시 환경 속 자연과 미학적 요소를 결합한 중요한 상징물로 기능한다. 또한 시민 대상의 장미 축제, 사진 전시회 등 계절별 이벤트도 이곳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문화 활동의 거점 역할도 겸하고 있다.


서측 구역에는 일본테니스협회 공인 시설인 우쓰보 테니스 센터가 위치한다. 이곳은 국제대회와 전국 규모의 아마추어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실내외 코트를 포함한 16면 이상이 운영 중이다. 오사카 시민들은 물론, 근처 초중고 학생들의 체육 수업 및 지역 테니스 클럽 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주변에는 어린이 놀이터, 다목적 광장, 운동기구 등이 설치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의 이용률도 매우 높다.

우쓰보공원 테니스장.jpg

우쓰보 공원의 위치 또한 주목할 만하다. 공원은 오사카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혼마치(本町) 및 요도야바시(淀屋橋)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인근에는 쇼핑 거리, 디자인 사무소, 갤러리, 커피숍 등이 밀집해 있다. 이로 인해 공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 이곳을 산책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조깅, 요가, 야외 독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원을 활용한다. 또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시민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점점 더 다양화되는 도시인의 여가 방식이 이 공원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우쓰보 공원은 단순히 편안한 쉼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오사카시의 도시계획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도시 내 녹지율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일본 환경청이 제시하는 ‘도시 내 자연 네트워크’ 정책에 부합하는 공간으로서, 공원은 주변 가로수, 수로, 녹지축과 연결되며 도시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재해 시 긴급 대피 장소로 지정되어 있어 방재 기능도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미적 가치나 휴식 기능을 넘어서 도시 인프라의 일부로서 공원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도 우쓰보 공원은 흥미로운 사례다. 일본의 여러 대도시들이 전후 군사시설이나 공업 지대를 공공재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우쓰보 공원은 군사→폐허→재생이라는 흐름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공원 주변이 고급 커피숍, 북카페, 갤러리 등으로 리노베이션되면서 젊은층 유입과 지역 활성화가 가속화되었다. 도시와 시민이 함께 만든 ‘재생의 레이어’가 누적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쓰보 공원은 과거의 군사적 유산을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시민 공간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도시공원의 사례이며, 도시의 환경, 문화, 복지, 방재 등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를 담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살아있는 도시 생태계의 일부다. 공원의 가치와 역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조될 것이며, 오사카 시민들에게는 단지 쉼터 그 이상의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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