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인연

지나가 버린 사랑

by JE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만약 내가 나의 여름들을 딱 1년씩만 늦게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

그와 나는 17살.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그이와 17살, 난 18살.


딱 그 시기, 딱 그 나이.
모든 게 조금만 늦게 와줬다면
우리는 서로를 덜 상처 주고, 덜 아프게 헤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랑하던 그 순간에도
서툴렀지만 진심이었잖아.
근데 마음이 진심이면 뭐 해,
우린 마음을 지키는 법을 몰랐고
사랑을 아끼는 방법을 몰랐고
어린 마음끼리 서로 부딪히며 모든 걸 잃어버렸잖아.

조금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
우리는 같은 사람이어도
조금 다른 마음으로 더 단단하게 사랑했을까.
지금의 내가 지금의 너를 만난 것처럼,
그때 우리가 지금의 우리였으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끝날 수 있었을까.

중3 때 연애를 한 건 오히려 다행이었어.
그때 내가 걔와 사귀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마음 없는 사람과 연애를 했을 거야.
“사랑 없는 연애는 나한테도, 상대에게도 잔인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걸 몰랐다면
그도, 그이도 만나지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팠던 일들이 나를 앞으로 밀어준 것도 맞는 것 같아.
근데 또 이렇게 생각이 따라붙어.
조금 더 성숙했을 때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와 내가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아이가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어른이었더라면
우린 그렇게 상처로 끝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이도.
그이가 18살이고 내가 19살이었더라면, 나도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나이였더라면
우린 서로에게 너무 서툴게 기대지도 않고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도 않았을까.

머리로는 알아.
너무 일찍 만나서 아팠던 게 나를 자라게 했다는 거.
너무 일찍 사랑해서 무너져본 사람이
조금은 더 어른이 된다는 거.

근데 그걸 안다고 해서
미련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내가 지나간 인연을 놓지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다른 결말도 가능했을까?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우린 사랑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아예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럼 아프지 않았을까?
아니면
성장할 기회를 잃었을까?

그 어떤 답을 골라도 마음 한편은 비어 있어.
그래서 결국 이렇게 결론 없이 되뇌게 된다.

조금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
우린 조금은 덜 아파도 되지 않았을까.

나의 사계절이, 나의 일 년이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