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의 정의

by 느루 작가

나는 왜 쓸데없이 정이 많아서

그런데 또 미운 게 많아서

누굴 좋아하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


나는 내가 받은 게 너무 없어서,

받고 싶은 게 많아서,

그걸 바라는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으면 해서,

그래서 그렇게 아낌없이 퍼주는 건가 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라.

되려 내가 받아본 그 아낌없는 손길이 너무 좋았어서,

그렇게 하면 남도 좋아하리라 믿어서

그래서 그렇게 아낌없이 퍼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 또한 인간인지라 그렇게 퍼주면서

계속해서 마음에 우물을 파고 있던 것이다.


누구든 이 안에 물을 채워주리라 기대하며,

계속해서 속을 파내고 있던 것이다.


그런 부질없는 삽질로 내 속만 파내고는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내가 줄곧 해온 행위는 느껴서 하는 사랑이 아니라, 하기로 선택하는 사랑이었다.


상대가 보답하지 않아도, 변해도, 심지어 나를 실망시켜도 그의 ‘존재 가치’를 내려놓지 않아야 하며,

열심히 불을 붙여도 따뜻하지 못하고,
움직인 나의 두 손만 아프고, 무겁고, 책임이 따르는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려는 게 아니라
나의 상대를 그대로 서 있도록 물러나 주는 것에 가깝지만,

나를 서서히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가장 잔인할지도 모를 사랑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를 갉아먹은 만큼

미움으로 남을 파내어야 했다.


이를 깨달은 나는 지금,

내 정을 내 뜻대로 퍼주지 않고

상대의 빈 곳에 덮고,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나눌 수 있으며,


사실 어느 정도는 남겨두어야

나 스스로를 살릴 수 있으니

더 주고 싶어도 참고 기다린다.

그다음의 만남을 위해서.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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