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퇴근길 – 말이 없어도 닿는 걸음

by 테디

밤 9시 11분.

회사 건물을 나오자마자


공기가 달랐다.


문을 하나 나섰을 뿐인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가로등 아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조용한 골목 사이,


불 꺼진 가게들과 불빛이 퍼지는


식당들 사이로


지친 하루의 흔적이 흘렀다.


“오늘,


회의실에서 너 많이 힘들어 보였어.”


그가 말했다.


나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응.


‘그냥 일’이라는 말이 제일 힘들더라.


내 하루는 그냥이 아니었거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한테는 매일이 진심이니까.


그 진심을 쉽게 말하는 사람이


더 가벼운 거야.”


우리는 계속 걸었다.


말없이,


서로의 속도에 맞춰서.


그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그래도 이렇게 걷고 있으니까,


오늘이 조금은 덜 힘든 것 같아.”


나는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말보다 같은 속도로 걷는사람과


함께 있다는 건, 더 큰 위로였다


이 거리, 이 조용한 걸음,


말 없는 이 따뜻함 하나로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몸이 더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그보다 더 가벼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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