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48분.
사무실엔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나둘 퇴근한 책상들이 늘어났고,
남은 사람들은 말없이 키보드만 두드렸다.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마른기침,
그리고
긴 하루가 식어가는 냄새.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아직 끝나지 않은 문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다가왔다.
“또 야근?”
“응. 오늘도.”
말없이 그가 내 책상 옆에 앉았다.
말을 덧붙이지 않고,
커피를 내밀었다.
“이건 내가 타온 거야.
오늘은 네가 좀 덜 쓰였으면 좋겠어서.”
그 말에 나는 커피를 받으며 작게 웃었다.
“가끔은 내가 일에 갇혀 있는 느낌이야.
시간도, 감정도, 표정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네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거, 알고 있어.
근데 노력하는 것도 계속 되면 아프잖아.”
그 말에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
내가 너무 오래 참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의 기대,
스스로의 기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들.
“그래도 너는 늘 돌아오더라.”
그가 말했다.
“늦게라도,
늘 너답게 돌아오는 사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도 그렇게 버티는 중이야.
그게 나니까.”
무너지지 않으려고 단단해졌던 마음이
누군가의 다정한 말 앞에서
비로소 풀어지기 시작했다.”
야근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 말이 오늘 하루의 끝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