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는 언제나 짧고,
사람들은 그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던 중,
옆 팀 동료가 나를 마주보며 말했다.
“오늘 너 프레젠테이션 깔끔하더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사실 엄청 떨었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
“표정 하나 안 바뀌던데?
진짜 프로 같았어.”
나는 다시 웃었지만,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프로 같다'는 말 뒤엔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복도를 돌자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 좋아?”
그가 물었다.
“응… 나쁘진 않은데.
그런 말 들을 때마다
기능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능?”
“뭘 잘하면 칭찬받고,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나는,
네가 잘하는 것도 멋지지만
힘들어하는 네가 더 사람 같아서 좋아.”
그 말이
오늘 하루의 복도에
작은 햇빛 한 줄기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 말, 오늘 들은 말 중에 제일 사람
같았어.”
“무심한 말이 다 무거운 건 아니고,
가벼운 말이 다 가벼운 것도 아니다.
때로는 한 줄이, 사람을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