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복도 – 지나가는 말 속 진심 하나

by 테디

복도는 언제나 짧고,

사람들은 그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던 중,


옆 팀 동료가 나를 마주보며 말했다.


“오늘 너 프레젠테이션 깔끔하더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사실 엄청 떨었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


“표정 하나 안 바뀌던데?


진짜 프로 같았어.”


나는 다시 웃었지만,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프로 같다'는 말 뒤엔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복도를 돌자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 좋아?”


그가 물었다.


“응… 나쁘진 않은데.


그런 말 들을 때마다


기능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능?”


“뭘 잘하면 칭찬받고,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나는,


네가 잘하는 것도 멋지지만


힘들어하는 네가 더 사람 같아서 좋아.”


그 말이


오늘 하루의 복도에


작은 햇빛 한 줄기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 말, 오늘 들은 말 중에 제일 사람


같았어.”


“무심한 말이 다 무거운 건 아니고,


가벼운 말이 다 가벼운 것도 아니다.


때로는 한 줄이, 사람을 붙든다.”

이전 12화11화. 화장실 – 가장 조용하게 무너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