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열리고,
조용한 집 안 공기가 스며들었다.
아침에 나왔던 공간인데
밤에 다시 들어오면 늘 조금 낯설다.
천천히 신발을벗고.
불을켜고,
소파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는 말없이 주방 쪽으로 향했고,
나는 물을 따라 마시며 생각했다.
“오늘 참 길었지.”
그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그 옆에 앉아,
몸을 기대듯 누웠다.
“응.
근데 너랑 이렇게 돌아오니까,
하루가 조금은 덜 헛된 느낌이야.”
그는 내 어깨에 가볍게 기대며 말했다.
“우리, 늘 같이 있는 건 아닌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
나는 눈을 감았다.
불 꺼진 방보다 더 편안한 이 조용함.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하루가 서로에게 어떻게
남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조용히 쿠션을 치우고,
내 손을 가만히 잡았다.
“고마워. 오늘도 같이 살아줘서.”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아무 일 없는 하루의끝,"
그 안에 너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