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by 배혜린

비는 창문을 따라 흐른다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들이

물비늘로 피부를 건드린다


방 안엔 젖은 나무의 숨결

낡은 책장이

바스락거리며 이름을 흔든다


구름은 실눈처럼 늘어지고

비는 내 안에서 울리는 노래 소리

촉감처럼 번지는

누군가의 눈빛 같은 것


나는 그 울림을 따라

천천히 젖어가는 마음을 접는다

이 하루는 나를 닮았다


커튼 틈에 남은 흐린 그림자

그리고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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