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움베르트 에코의 귀추법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귀추법, 가추법, 기호학

by 사유의 풍경
1744843813.898515 2.jpeg 출처: 단테 성필관
이름에 무엇이 있는가?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여전히 달콤한 향기를 지닐 것이다.

-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추리의 숲에서 길을 찾다


중세 수도원, 일련의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금기시된 책을 둘러싼 음모.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단순한 추리물을 넘어 기호학의 숲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리고 이 숲의 첫 관문은 도망친 말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수수께끼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 윌리엄 수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말의 이름이 '브루넬로'임을 정확히 맞힌다. 이 작은 추리는 단순한 묘기가 아니라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에코의 기호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나의 기호('브루넬로')를 해독하는 이 첫 장면에서 에코는 우리에게 소설 전체를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 첫 추리에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왜 하필 말의 이름이 '브루넬로'였을까?

1. 에코의 귀추법

의미를 찾아가는 네 가지 길


움베르트 에코는 미국의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귀추법(abduction)'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켜 네 가지 단계로 구분했다(가추법이라고도 하고, 용어에 대해서는 이 글 말미 부록 참조).

단테는 『향연(Convivio)』과 ‘칸그란데 델라 스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알레고리' 개념을 직접 설명하면서 자신의『신곡』을 '알레고리'로 읽을 것을 친절하게 가이드했다.

마찬가지로 에코는 자신의 책들, 그중에서도 특히 “뿔, 말발굽, 구두발등-귀추법의 세 가지 형태에 대한 몇 가지 가정”이라는 짧은 글을 통해 『장미의 이름』을 메타 귀추법과 창조적 귀추법으로 읽을 것을 친절하게 가이드한다(에코의 글은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마지막 편에 실려 있다.

먼저 에코의 4단계 귀추법을 살펴보고, 『장미의 이름』을 에코의 가이드 대로 철저히 해부한다.


1.1 에코의 4단계 귀추법


에코는 귀추법을 아래와 같이 4단계로 나눈다.

1. 과잉 부호화된 귀추법(overcoded abduction)

2. 과소 부호화된 귀추법(undercoded abduction)

3. 창조적 귀추법(creative abduction)

4. 메타 귀추법(meta-abduction)

‘과잉 부호화(overcoded)’를 ‘지나치게 규범화된’으로, ‘과소 부호화(undercoded)’를 ‘덜 규범화된’으로 번역하기도 한다(김주환 2016). 그의 글은 ‘기호학’을 좀 아는 독자를 전제로 해서 짧게 축약되어 있는데, 아래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1.2 과잉 부호화된 귀추법("과잉추")

(overcoded abduction)

자동적 해석의 영역


1. “아, 이건 이런 뜻이겠지!” 하는 자동적 해석


가설법(hypothesis)이라고도 하며, 문화와 사회가 우리 안에 이미 심어놓은 해석의 틀에 따라 자동처럼 작동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 “붉은 불빛이 깜빡”이면 누구나 ‘위험’ 또는 ‘멈춤’으로 이해한다. 이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 문화 안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해석 방식이다. 에코는 이를 “부호화된 법칙(a coded law)“이라고 불렀다. 우리 안에 이미 사회가 짜준 규칙이 들어 있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규칙에 따라 사건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이건 무조건 맞다’가 아니라, 적어도 짐작이라도 해본다는 점에서 귀추적 사고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자동처럼 느껴지는 해석이라도, 그 안에는 여전히 ‘그럴 것이다’라는 추론의 움직임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2. 해석은 ‘자연스럽지만’ 그 ‘자연스러움’은 사실 사회가 만든 것


우리가 “이건 당연히 이런 뜻이야”라고 말할 때, 그 ‘당연함’은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낸 습관적인 해석 방식이다. 그래서 어떤 문화에서는 그 해석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게 왜 그런 뜻이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는 까마귀가 죽음과 연결되어 불길하다고 믿지만, 일본에서는 일본서기와 같은 신화에서 까마귀가 ‘신의 뜻을 인간 세계에 전하는 존재’로 나오며 지혜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징후를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물론 고구려에서는 삼족오(三足烏, 세 발 달린 까마귀)가 태양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였으니 우리 전통에서는 까마귀는 양면성을 가진다).


3. 모든 관찰은 추론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어떤 것을 ‘그냥’ 보기만 해도, 이미 우리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의미 만들기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아무런 무늬도 없는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으면, 우리는 ‘장례식 다녀왔나?’라고 짐작한다. 이건 단순히 검은색 넥타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검은색 넥타이를 해석하는 한국의 문화적 추론 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현상이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그걸 해석하는 귀추적 사고가 깔려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이 어떤 ‘법칙’이나 ‘문맥’ 안에 들어갈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약하자면, 에코는 우리가 무언가를 해석할 때 이미 익숙해져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해석도 사실은 추론의 일종이라고 본다. 단지 그 추론이 너무나도 문화적으로 익숙해서 자동처럼 느껴질 뿐이라는 것이다.


1.3 과소 부호화된 귀추법("과소추")

(undercoded abduction)

여러 가능성 속에서 선택하기


우리는 종종 어떤 현상을 보고, ‘어떤 규칙이 이걸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

그럴 때 딱 하나의 해답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설명이 비슷하게 설득력 있어 보일 때,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설을 세우는 추리 방식이 바로 과소 부호화된 귀추법(과소추)다.


1.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여럿인데, 어느 게 맞는진 몰라”


예를 들어 누군가 회사에 늦게 출근하면 동료들은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다:

“교통사고가 났나?”

“늦잠을 잤나?”

“아이 돌보느라 늦었나?”

“회의가 싫어서 일부러 늦게 왔나?”

이 중에서, “어제 늦게까지 회식 있었다니까, 아마 피곤해서 늦잠 잤을 거야” 하고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과소추를 쓴 것이다.


여러 가지 가능한 해석 중,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것 하나를 선택하지만 이게 진짜 정답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는 추론이다.


2. 케플러의 예: “어떤 곡선이 화성의 궤도를 설명할까?”


에코는 요하네스 케플러를 과소추의 사례로 든다.


케플러는 화성이 하늘을 도는 궤도를 관찰하다가, “화성의 움직임이 원 모양이 아니야”라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어떤 곡선이 이 움직임을 가장 잘 설명할까?”라고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추측한다. “원? 나선형? 사인 곡선? 타원?”


그중 그는 결국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원 궤도를 선택했다.

“우주의 움직임은 아무렇게나 도약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폐곡선(closed curve-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는 곡선이나 도형)이 더 자연스럽다”


즉, 그는 여러 그럴듯한 설명들 중에서 가장 적합해 보이는 것을 골라 가설을 세웠다.


3. 이건 왜 ‘과소 부호화’일까?


에코는 “여러 개의 후보 중에 하나를 선택하긴 하지만, 그게 진짜로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잉추’처럼 자동 반응이 되는 하나의 법칙이 딱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아무런 근거 없는 추리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어떤 현상을 설명하려고 할 때, 가능한 설명이 여럿 있고, 그중에서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하나를 고르지만 그게 확실히 맞다고는 할 수 없는 추리 방법이 바로 과소 부호화된 귀추법(과소추)이다.


1.4 창조적 귀추법(creative abduction)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다("창추")


1. 기존의 설명으론 아무것도 설명이 안 돼


과잉 부호화된 귀추법(과잉추)은 자동으로 해석이 주어지는 경우이고,

과소 부호화된 귀추법(과소추)은 여러 개 중 그럴듯한 걸 고르는 경우다.


그리고 우리는 기존의 설명으론 아무것도 설명이 안 될 때, 그 누구도 아직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설명해야 할 때, 아예 새로운 법칙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창조적 귀추법(창추)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하늘을 보니까 행성들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이상하게 움직여,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행성이 돈다는 기존의 법칙으로 이건 설명이 안 돼.

별움직임.jpg Mapping the Heavens(2016)에서 발췌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라면?”


그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이 발상이게 바로 코페르니쿠스의 창조적 귀추(창추)다.


2. 그럼 규칙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지


이런 창추법은 그동안 당연시되던 세계관 자체를 뒤흔든다. 중세까지는 지구 중심 우주관이 당연한 거였는데 코페르니쿠스는 그걸 깨고 『천상의 순환궤도』에서 태양 중심설을 제안한다.


이건 단순히 ‘기존 법칙 중 하나를 고른 것’이 아니라,

→ 그 법칙들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

→ ‘아예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낸 거다.


그래서 에코는 이 경우 더 많은 ‘메타 귀추’, 즉

“내가 지금 세우는 이 가설의 틀이
과연 타당한가?”
“이 법칙을 가능하게 하는
더 큰 틀은 뭘까?”

하는 깊은 자기 성찰적 추론이 함께 작동한다고 본 것이다.


3. 과학 혁명과 예술 혁명


에코가 말한 창조적 귀추는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 이론과도 이어진다. 쿤(Kuhn)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고정된 틀(=패러다임)에 묶여 있다고 봤다. 그런데 그 틀로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창조적 귀추(창추)의 순간이다.


과학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뉴턴은 “시간은 절대적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라고 믿었다. 우주는 하나의 시계처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지구가 우주 속을 움직이고 있다면, 당연히 빛의 속도도 방향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가정하게 된다. 마치 앞으로 달리는 배에서 바람을 느낄 때 마주 보는 바람은 세게, 뒤에서 오는 바람은 약하게 느껴지는 것과 유사하다.

출처: wikimedia

그런데 마이켈슨-몰리 실험(Michelson–Morley experiment, 1887)에서 이것이 틀린 것으로 밝혀진다.


빛을 두 갈래로 쏘는데,

•하나는 지구가 움직이는 방향(전방/후방)으로,

•하나는 그 방향과 수직(옆방향)으로 보낸다.

•두 빛은 돌아와서 한 점에서 다시 만나는데,

•만약 속도가 다르면, “도착 시간”이 달라질 것이고

→ 이 차이는 간섭무늬(=물결 겹치기 패턴)로 보이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간섭무늬가 바뀌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간섭무늬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즉, 빛은 어느 방향으로 가든
속도가 똑같았다.
마이켈슨-몰리 실험의 간섭무늬, 출처: wikimedia

이건 ‘운동하는 관측자에게도 빛의 속도가 같게 보인다’는 뜻으로 뉴턴의 물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다.


이걸 바탕으로 기존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뒤엎고, 아인슈타인은 “그럼 우리가 바꿔야 하는 건 시간과 공간이겠네!”라는 새로운 이론을 창추했다.


그래서 그는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이 줄어드는(=시공간이 변형되는) 특수 상대성 이론(1905)을 제안하게 된다.


이런 예는 각 분야별로 무수히 많다. 예술에서는 물체를 한 시점에서만 보아야 하는 전통적 원근법을 해체하고, ‘하나의 대상은 동시에 여러 시점에서 볼 수 있다’는 피카소의 입체주의(cubism)를 이러한 창추의 예로 들 수 있다.


1.5 메타 귀추법(meta-abduction)

해석의 틀 자체를 선택하다("메추")


메타 귀추법(메추)은 “이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야 하지?”라고 하는 해석의 규칙 자체를 선택하거나 발명하는 추론이다.


1.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가 아니라 “이건 어떤 방법으로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앞선 귀추법들은 모두 ‘무언가를 해석하는 일’이었다면, 메타 귀추는 ‘해석의 방식 자체를 선택하는 추론’이다. “지금 이 기호는 ‘역사적 문서’처럼 읽어야 할까? 아니면 ‘상징적 이야기’처럼 해석해야 할까?” 이런 프레임을 고르는 추론이 바로 메타 귀추다.


판사가 계약서를 볼 때 “계약서 문언에 구속되어야 하나? 아니면 맥락과 당사자의 취지를 추적해야 하나?”라는 프레임을 고르는 것과 유사하다.


2. 메타 귀추는 해석의 ‘프레임 선택’을 다룬다


예를 들어, 『성경』의 경우, 어떤 사람은 그것을 역사적 사실로 읽고, 어떤 사람은 문학적 상징으로 해석하고, 어떤 사람은 정신분석적 은유로 접근할 수 있다.


같은 텍스트를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 방법을 적용하고, 이걸 선택하는 판단 자체가 바로 ‘메타 귀추’다.

- 예술 작품을 봤을 때, “이건 사회비판인가? 초현실인가? 그냥 추상인가?”
- 한 철학 개념을 읽을 때, “실재를 설명하려는 건가, 아니면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려는 건가?”
- 자꾸 열쇠를 찾고 있는 꿈을 해석할 때, 융적으로 해석해서 “이건 내 무의식이 뭔가를 해결하려는 상징이야”라고 할지, 행동주의로 해석해서 “이건 어제 열쇠를 잃어버려서 그런 거야”라고 할지, 해석학적으로 접근해서 “이건 철학적 정체성 탐색의 이미지다”라고 해석할지,

이런 해석의 관점 자체를 고르는 일, 이건 단순한 ‘가설 세우기’가 아니라 ‘해석 체계의 설계’다.


3. 에코가 말하는 해석의 한계와 메타 귀추

이 이미지는 장하(章廈)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AI 도구를 사용하여 생성되었습니다. CC BY 4.0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해석의 한계(The Limits of Interpretation)』에서 에코는 “모든 해석은 가능한 것이지만, 아무 해석이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즉, 해석은 기호 체계에 기반해야 하며, 그 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를 선택하는 추론이 필요하고, 메추는 ‘기호의 기호성’을 결정, 판단하는, 달리 말해 ‘기호의 지층’을 정하는 창조하는 행위다.


1.6 [참고] 에코의 귀추 3분법


에코는 『일반 기호학 이론』에서 코드화의 수준에 따라 귀추를 과잉추, 과소추, 잘 부호화된 귀추(well-coded abduction) 3단계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분류의 기준은 ‘코드화의 수준’, 즉, ‘얼마나 확고한 법칙에 의존해서 추론하느냐’에 따라 귀추의 유형을 나눈 것이다. 그래서 잘부추(잘 부호화된 귀추)는 수학 문제에서 정해진 공식을 적용하는 경우, 법률에서 판례나 조항에 따라 명확히 판단하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이건 불확실성이나 창조성이 없기 때문에 사실 귀추가 아니라 연역(deduction)이다. 하지만 에코는 잘부추도 단지 법칙의 안정성이 높아졌을 뿐 ‘현상을 설명할 규칙을 적용하거나 선택하는 행위’는 동일하기 때문에 여전히 귀추의 구조를 따른다고 주장한다.

즉, 범주를 나누는 판단기준이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귀추 4단계는 ‘텍스트 해석론, 해석학적 기호학(semiotics of interpretation)의 관점’에서 나눈 분류로 볼 수 있다.


자, 이제 『장미의 이름』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

* 장미의 이름은 중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읽기 쉽지 않은 텍스트입니다. 따라서 책을 읽지 않았거나 읽다가 포기하신 분들은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1에서 8부작으로 만든 드라마를 보시길 추천합니다(웨이브, 왓차 등 OTT에서 볼 수 있음).


움베르트 에코의 성(姓) 'Eco'의 의미


에코의 아버지는 철물 상인이었는데, 'Eco'라는 성은 기아로 발견된 할아버지에게 시청 직원이 지어 준 것으로, 라틴어 ex caelis oblatus, 번역하면 "하늘에서 보내 준 선물"이라는 말의 머리글자라고 한다.

- ex caelis: “하늘에서”, “천상에서”, “하늘로부터”
ex: ~에서(from)
caelis: 하늘들, 천상(복수형 “caelum”의 탈격)

- oblatus: “바쳐진”, “헌정된”, “제공된”, “바쳐진 자”
라틴어 offerre (제공하다, 바치다)의 과거 분사형

이탈리아어로 에코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신화에서 나르키소스를 사랑한 요정의 이름이자 '메아리'를 뜻한다.


그리스 신화 속 “에코(Echo)”


에코는 헤르메스의 사자이자 님프(nymph)로, 말 많은 성격 때문에 헤라에게 벌을 받아 남의 말을 되풀이(메아리)밖에 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나르키소스(Narcissus)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말을 할 수 없어 결국 외롭게 숨어들고, 몸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는 전설로 이어진다.

즉, 에코는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의 상징”이자, “반복된 사랑의 기호”로 등장한다.

Umberto Eco는 자신의 성이 신화 속 요정 “에코”와 같다는 점을 자주 언급하며, “소리의 반사” → “의미의 반사” → “기호의 반복”이라는 철학적 상징성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John_William_Waterhouse_-_Echo_and_Narcissus_-_Google_Art_Project.jpg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7~1917)의 『에코와 나르키소스』(1903)

부록: 귀추법인가 가추법인가?

퍼스의 귀추법(Abduction)은 과거 ‘상정논법’, ‘후진추리’, ‘귀류법’, ‘질적 귀납법’, ‘귀추법’ 또는 ‘가추법’으로 번역되고 있다가, 이제는 ‘귀추법’과 ‘가추법’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철학 논문, 서적들은 주로 ‘귀추법’으로, 기호학 관련 논문, 서적들은 주로 ‘가추법’으로 표시하고,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귀추/가추법이 혼용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과 표준 전문용어에 두 용어 모두 등록되어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귀추법’과 ‘가추법’ 모두 등록되어 있다.


Abduction을 ‘가추법’으로 번역하는 입장은 퍼스가 이야기 한 '가설적 추리(hypothetical inference)’의 측면을 강조한다(김주환, 2023).


반면 ‘귀추법’으로 번역하는 입장은 퍼스가 말한 ‘특성의 귀납(induction of character)’의 측면을 강조한다. 퍼스는 귀추가 귀납과 똑같은 원리이고, ‘지지력’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귀추법을 제3의 논리라고 했을 때 논리적 옳고 그름을 분류기준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박준호, 2005).


사유의 그림자

가설 창안, 가설적 추리, 귀추법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애당초 퍼스가 일관성 없게 Abduction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와 같은 혼란이 초래되었다고 한다. 아직 그의 저술이 출간 중이니 그가 어떻게 최종 정리했는지도 아직 모른다. 그리고 굳이 퍼스의 이야기를 교주의 말처럼 ‘신봉’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나는 아래와 같이 abduction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인인 우리에게 현재 유용하고, 논리적이며, 직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 가설을 ‘창조’하는 행위: ‘가설 창안(hypogeny)’

- 만들어진 가설로 추측하는 '과정’: ‘가설적 추리(hypothetic inference)’

- 가설적 추리로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론’: ‘귀추법(abduction)’

이유 논증


abduction의 ‘추측하는 과정’의 측면에서는 ‘가설’을 설정하는 행위가 확실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추리하는 과정을 묘사할 때는 ‘가설적 추리’가 가장 적합하다(시류적 사고-Flow-Based Thinking).


한편, ‘가설적 추리’는 귀납법에 이르지 못하고 충분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가설’이라는 형태로 결론을 바로 추정하는 ‘귀납적 추리’에 해당한다.


어원으로 살펴보면 '귀추(歸推)’의 한자적 의미는 '돌아갈 귀(歸)’와 '밀칠 추(推)’로 구성되어, 관찰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설정하고, 기존 지식 체계로 돌아가 추론한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즉, 관찰된 결과로 추리하여 설정한 가설을 결론으로 귀속한다.


이는 퍼스가 제시한 “관찰된 사실 → 가설 창안 → 설명 가능성 검증”의 3단계 추론 구조와 정확히 부합한다. 따라서 틀릴 수 있으나 ‘최적의 결론을 신속하게 도출’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는 ‘귀추법’이 더 타당하다(시점적 사고-Point-Based Thinking).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면 가설적 추리를 위해서 ‘가설을 만드는 행위’‘가설 창안(hypo-geny)’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geny생성, 발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γένεσις (genesis)에서 유래했고, ‘창안(創案)’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어떤 방안,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생각하여 냄’으로 정의되어 가설의 창조적 특성을 잘 살려준다.


이것을 종합하면, 가설 창안(hypogeny)-가설적 추리(hypothetic inference)-귀추법(abduction) 3단계가 된다.

이 이미지는 장하(章廈)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AI 도구를 사용하여 생성되었습니다. CC BY 4.0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설 창안의 그림자는 가설적 추리이고,
가설적 추리의 그림자는 바로 귀추법이다.

* 참고문헌은 프롤로그 말미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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