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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을 이루셨나요?

성수 씨의 만물상점 #1

by 김성수

어서 오세요, 성수 씨의 만물상점입니다.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바로 '어린 시절 꿈' 이야기입니다


다들 어릴 적 꿈을 이루셨나요? 아니면 꿈과는 다른 삶을 살고 계신가요? 저는 100%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신기하게도 더디게나마 그 꿈들을 이루어가고 있답니다. 그 과정을 돌아보니 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신기하더군요. 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잊고 있던 꿈을 함께 꺼내 볼까요?




"저는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 가을이었어요. 아이들은 돌아가며 어른이 되면 이루고 싶은 꿈을 발표했죠. 저는 그날을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추석 전이었는데, 엄마가 새로 사주신 빨간색 점퍼와 청바지, 그리고 새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니까요. 그 옷차림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다른 아이들의 꿈은 대개 비슷했어요. 의사, 변호사, 대통령.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간호사나 선생님을 이야기했죠. 80년대 그 시절,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의 바람과 사회가 인정하는 '성공한 어른'의 모습이 곧 우리의 꿈이 되어버리는 시대였죠.


그런데 저는 왜 '사회사업가'를 택했을까요?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남을 돕는 사람들이 정말 멋지게 보였을 거예요. (지금의 사회복지사와 같은 말로, 1980년대에 법적 용어가 바뀌었답니다.)


아마도 엄마의 영향이 컸을 거예요. 엄마는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분이셨으니까요. 동네에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병원에 데려다주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으면 반찬을 갖다 드리는 분이셨죠. 어린 나에게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꿈은 자라면서 여러 번 바뀌었답니다. 『나이팅게일 전기』를 읽고는 간호사를 꿈꾸었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는 선생님을 꿈꾸기도 했죠. 그리고 중학교 때 우연히 읽게 된 이해인 수녀님의 『몽당연필』과 서정윤 님의 『홀로서기』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그 시들 속에 담긴 아름다운 언어와 깊은 정서는 제 감수성을 한없이 울렸고, 그때부터 시인이라는 꿈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 멀고 불가능해 보여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그냥 마음속 바람으로만 간직했을 뿐이죠.


결국 저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어요. 세상 기준으로 좋은 회사였고, 부모님도 만족해하셨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30대 초반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며 어린 시절의 또 다른 꿈이었던 '선생님'의 모습을 조금씩 실현하고 있었어요.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고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본질은 같았죠.


30대 중반, 저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답니다. 강사 일을 하면서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도 했어요. 그리고 복지관, 중간조직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도 했었답니다. 처음에는 그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이것이 바로 국민학교 4학년 때 품었던 그 꿈이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지금, 저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사람들이 저를 작가라고 불러준답니다. 출판 작가는 아니지만 말이죠.


어릴 때 꿈을 꾼다는 건 정말 순수할 때, 아무 비교나 계산 없이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는 거예요.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것이죠.


중년이 된 지금, 저는 어린 시절의 저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네가 꾸었던 그 꿈들, 하나도 헛되지 않았다고. 조금 다른 모습일지라도, 조금 늦었을지라도, 결국 너는 그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다고 말이죠.>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꿈도 있답니다. 출판 작가의 꿈 말이에요. 이제는 조심스럽게 그 꿈을 품어봅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중학생 시절 『몽당연필』과 『홀로서기』를 읽으며 가슴 뛰던 그 마음으로, 다시 한번 ‘시인 김성수’로서의 꿈을 이뤄 보려고 해요.


꿈을 꾸는 제 마음은 여전히 초등학교 4학년 그 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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