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달라요
처음 원두커피를 접했던 기억은, '헤이즐넛 커피'였다. 지금으로 치면 가향 커피의 원조 격인데, 맛보다는 코를 감싸는 달콤한 향이 좋았다. 그 후, 스타벅스가 대중화되면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구수하고 쌉쌀한, 소위 '탄맛 나는' 커피가 나의 세상에 들어왔다.
내가 개인적으로 원두커피와 사랑에 빠진 것은 2007년 무렵, 어느 작은 로스터리 카페를 방문하고 나서부터였다. 문을 열자마자 확 퍼지는, 강렬하고도 고소한 커피 볶는 향기. 그곳에서 우연히 맛본 갓 볶은 원두 한 알은, 그야말로 맛의 신세계였다.
그날 이후, 나는 '커피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작은 각성을 하게 되었다.
나의 커피 탐험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한때 유명했던 '전광수 커피'를 드나들며, 에스프레소와는 다른 핸드드립의 세계에 눈을 떴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고소함을 넘어선 다채로운 풍미에 매료되었다.
보리차처럼 연하게 내리는 '손 흘림 커피'로 유명했던 중구 '다동 커피'에 한동안 빠져, 진한 커피를 부담스러워하는 지인들을 이끌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인도네시아 원두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어느 로스터리 카페 사장님을 만났고, 그의 커피를 통해 처음으로 '산미(酸味)'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사람들이 말하던, 과일처럼 상큼하고 기분 좋은 신맛이 무엇인지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커피 취향은 유행에 따라, 혹은 나의 입맛에 따라 몇 번이고 바뀌었다.
하지만 그 모든 여정 끝에 남은, 나만의 확고한 기준 하나는 이것이다.
"좋은 원두를 갓 볶아,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내려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
갑자기 커피 취향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는 이유는, 얼마 전 "커피는 고소해야지", "아니다, 산미가 있어야 고급 커피다"라며 벌어진 작은 논쟁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커피란, 지극히 개인의 취향 문제다.
정답은 없다. 지금 나의 시간을 가장 즐겁게 하는 커피가,
나에게는 최고의 커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