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Destroyer' 제작기(1)
※ 이 글은 제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선 Star Destroyer(스타 디스트로이어)를 만든 과정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제작 당시 직접 찍은 사진들과 영화 속의 장면 및 스타워즈 관련 책자, 해외 포럼의 사진들로부터 인용되었습니다.
- Star Destroyer : 클래식 스타워즈 3부작(1977~1983년)에 등장하는 제국군의 주력 전함.
70,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스타워즈'와 'ET'를 기억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스타워즈에 심취해 있었다.
당시는 현재와 같이 아무 때나 원하는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신문에 게재되던 TV편성표를 찾아보는 것이 내게는 놓치면 안 될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원하는 '스타워즈'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추석과 설 같은 명절의 특집영화나 매주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다른 영화보다 스타워즈를 더욱 좋아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우주선...
비록 14인치 TV의 모니터를 통해 보이던 영화의 장면들이었지만 광활한 우주와 은하계를 배경으로 펼쳐진 제국군과 저항군의 전투 장면들은 마치 내가 우주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 스타워즈의 오프닝 장면에 등장하는 제국군의 우주선 Star Destroyer의 위용은 내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삼각형의 단순한 모습이었지만 기체 하단부의 디테일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우주선의 크기, 그 장면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영화의 오프닝이었다.
"아, 가지고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더 이상 보는 것이 아닌 저 우주선을 가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내 안에서 꿈틀댔다.
지금에 와 안 사실이지만 그 시절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스타워즈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고, 영화 속 수많은 우주선들이 완성품 또는 프라모델 킷 등으로 제품화되어 있었다.
해외에서 발매된 제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했던 70, 80년대의 시대적 한계가 아니더라도 당시 우리 집의 형편상 이런 제품들의 출시여부는 아예 모르는 게 나았을 것이다.
물론 당시 내가 이 킷들을 소유했다면 이 킷들만으로도 스타워즈 우주선들에 대한 내 열망은 충분히 충족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30cm 내외의 크기와 거의 모든 디테일이 통으로 사출 된 제품의 퀄리티는 아마도 오랜 기간 나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학창 시절을 지나 군제대 후, 나는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처음에는 국내기업이었으나 90년대 말 'IMF구제금융 위기' 무렵 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며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었다. 하루아침에 외국계 회사가 되면서 외국 본사에서 많은 외국 임원들과 직원들이 한국으로 파견을 왔다. 비록 각 부서에는 통역사들이 배치가 되었지만 과거와 달리 개인의 영어 능력 또한 상당히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글로벌 인재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사실 내가 회사를 입사하던 사회 초년생 무렵만 해도 유학을 했거나 외국어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자유자재로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 회사의 동료, 선배들 모두 주간에는 일을 하고 새벽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 영어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하기 바빴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를 할걸...)
누군가 내게 이런 조언을 해줬다. "영어를 잘하려면 거기에 흥미를 느끼는 게 우선이니 네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부를 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야".
"과연 내가 오랫동안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까?". 항상 진득하지 못하고 잦은 싫증을 내는 게 스스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알고 있었던 터라 아무리 생각해도 주제가 떠오르질 않았다.
"아, 스타워즈...". 나는 책장 한 켠에 꽂혀 있는 스타워즈 DVD를 보고서야 내가 무엇을 주제로 선택해야 하는지 바로 알았다. 성인이 된 이후에 나는 DVD로 출시된 '스타워즈 트릴로지 시리즈'를 구매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TV편성을 고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에 그리던 우주선들의 모습을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왜? 내가 스타워즈를 생각하지 못했지". 서둘러 인터넷에서 스타워즈와 관련된 해외 커뮤니티를 찾아봤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내가 찾던 '보물섬'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나와 같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는 곳이었다. 자신들이 수년간 제작한 스타워즈 우주선들을 게시하고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정말 말 그대로 '스타워즈 천국'이었다.
'therpf.com', 이곳에는 여러 주제의 포럼들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특히 내가 관심을 가진 곳은 'Studio Scale Models' 포럼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활동을 하면서 나는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인 멤버조차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영어공부가 목적이었던 내게는 어쩌면 최적의 장소였는지도...
결과적으로 내 목표였던 영어 실력이 늘었는지 아닌지는 이 연재의 마지막에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부터 본격적인 나의 'Star Destroyer'의 제작기가 다루어질 예정이다.
참고로 아래는 해당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해외 거장(?)들의 작품 일부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양산된 것이 아니라 자체 제작되었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 Tips :
이 글의 배경인 200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는 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의 12인치 피규어 수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양산된 피규어를 모으거나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이 메카닉 캐릭터나 비행선들을 직접 제작하는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Studio Scale Modeling'이라는 취미활동이 하나의 새로운 장르처럼 자리 잡고 있었는데, 영화 촬영에 사용한 모델과 동일한 크기와 디테일의 모델을 직접 만들고 소장하는 것이었다.
(박물관의 전시품을 자기 집에 직접 소장하고 싶은 욕구와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러한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은 90년대 후반부터 개인적 소장 및 모델링의 단계를 넘어 일부 미국계 회사를 통해서 양산되기까지 이른다.
이러한 취미활동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미국과 같은 주거환경에서는 워낙 공간이 넓고 차고(Garage)와 같은 별도 작업 공간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에서는 작업은 물론 대형 스케일의 모형을 전시하는 것조차 큰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고, 나 역시 'therpf.com'을 통해 'Studio Scale Modeling'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