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Destroyer' 제작기(2)
내가 'therpf.com'의 포럼들을 알게 된 것이 2005~2006년 무렵이었다. 그곳에는 나처럼 소위 스타워즈 우주선에 미친 전세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서로 토론을 하고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몇 개월 눈팅을 통해 분위기를 익히고 나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동참했다.(물론 영어로 하다 보니 궁금한 게 정말 많았지만 질문과 대답은 항상 한두 줄이었다 ㅎ)
이러한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주변에서 약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왔던 나도 이곳에서 만큼은 지극히 정상인으로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개월 후 해외 친구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내 첫 번째 'Studio Scale' 모델이 완성되었다.
이 녀석은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에서 소행성 지대에 숨은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의 밀레니엄 팰콘'을 수색하는 장면에서 제국군의 폭격기로 등장했다.
비록 첫 작품이라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실제 영화에 사용된 모델과 동일하게 킷배싱(Kitbashing) 방법을 사용해 완성했다. 비교적 작은 사이즈이기 때문에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러들의 입문작과도 같이 한 번쯤은 거쳐가는 녀석이다.
(2006년 첫 작품은 애석하게도 오래전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지인에게로 보냈고, 내 장식장위에는 2013년에 두 번째로 작업한 'Tie Bomber'가 놓여 있다.)
'Tie Bomber'로 워밍업을 한 나는 바로 레벨업에 도전했다. 바로 꿈에 그리던 'Star Destroyer'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건 초등학생이 산수 백점 맞았다고 바로 미적분 문제를 풀려고 덤벼든 격이었다.(이것도 당시 30대였기에 가능했으리라...)
사실 'Tie Bomber'는 크기도 작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포럼 멤버들 사이에서 스튜디오 모델에 대한 크기를 비롯해 사용된 킷들까지 90% 이상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다만 비교적 단순한 모델이었음에도 실제 제작기간은 도면 작업, 킷배싱에 사용될 킷 파악 및 구입, 그리고 최종 제작까지 거의 6개월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Star Destroyer'는 완전히 달랐다. 우선 이 모델을 위해 사용된 킷들의 정보가 거의 없었다.
스튜디오 스케일 모델링의 생명은 실제 영화의 스튜디오 모델과 크기와 디테일은 물론 킷배싱에 사용된 모든 킷들까지 동일한 완전한 복제품(레플리카)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실제 영화의 우주선들을 제작했던 모델러들조차도 어떤 킷들이 킷배싱에 사용되었는지 몰랐다. 그들 역시 촉박한 작업시간 동안 다양한 모델을 제작해야 하는 관계로 손에 닿는 주변 프라모델 킷들의 부품을 곳곳에 붙여가는 식으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사용된 킷들의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우선 전체적인 틀과 형태를 만들고, 그다음에 킷들을 찾아서 디테일을 채워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Star Destroyer'의 크기와 관련해서 알려진 정보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1990년대에 발간된 '스타워즈 연대기(Star Wars Chronicles)'에 정확하게 '46 x 91 x 46cm'라고 사이즈를 명기한 것이다. 높이와 길이, 너비를 구분하여 표기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가장 긴 치수가 선체의 길이 일 테니 나머지가 각각 너비와 높이인 것은 분명했다.
생각보다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일단 정확한 치수를 알고 있으니 앞으로 킷에 대한 정보만 알아내서 구입을 하고, 미리 만들어 둘 본체에 킷배싱 작업만 하면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내 오랜 꿈이 드디어 이루어지는구나!"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활동하던 포럼에서 누군가가 'Star Destroyer'의 크기는 절대로 3피트(약 91cm) 일 수가 없다고 이슈를 제기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내가 'Star Destroyer'의 크기를 실제로 계산한 방법이 공개될 예정이다.
✅ Tips
킷배싱(Kitbashing)은 기존에 양산된 모델 킷의 부품을 사용하여 영화에 사용되는 미니어처 모델의 디테일을 만드는 과정으로 '스타워즈' 촬영에 사용된 우주선, 행성 및 도시 배경 등에도 이러한 기법이 사용되었다.
주로 제2차 세계대전의 탱크나 장갑차, 전함 등의 프라모델 부품을 이미 만들어 놓은 우주선의 몸체에 추가하여 디테일을 얹는 방식이다.
양산된 킷에 있는 부품을 재활용하여 독창적이면서 현실감을 주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고, 촬영기간이 타이트 한 경우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어 70, 80년대 영화의 소품 제작에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부터는 컴퓨터 그래픽과 레이저 가공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디테일링 기법도 차츰 디지털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