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크기가 얼마나 되지?(2)

'Star Destroyer' 제작기(3)

by ILMer

"'스타워즈 연대기'에 나타난 91cm라는 크기가 잘못되었다고?"

90년대에 발간된 '스타워즈 연대기'의 '46 x 91 x 46cm'라는 숫자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내게 해외 포럼의 누군가가 제기한 문제는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프레임만 완성해 놓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디테일에 사용된 킷들을 찾아 킷배싱을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실제 모델의 크기도 모르고, 거기에 사용된 킷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은 곧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왜? 해외 전문가들이 이 모델의 길이가 절대로 3피트(91cm)일 수 없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처음에는 그들도 91cm라는 숫자를 절대적으로 믿었지만, 그들이 미국내 '스타워즈 순회전'에서 접한 실제 모델의 크기가 절대로 그렇게 작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측정은 아니더라도, 목측과 팔을 벌려 가늠한 크기는 훨씬 컸다는 것이다.


광기 어린 연구, 그리고 연구...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는 이상 내가 실물을 접할 기회는 없었기에 우선 가지고 있는 책자들과 사진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Star Destroyer'를 만들기 위한 프레임 제작中, <1976년, ILM Model shop>

그러다가 한 책자에 'ILM' 모델러들의 제작당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제작 중인 모델의 프레임 앞으로 철제 '자(Ruler)'가 놓여 있는 것이다. "저 안의 숫자들만 판독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녀석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위 사진의 철제 '자'의 눈금을 확대해서 크기를 유추한 모습

1976년에 그것도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았을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에서 눈금을 식별한다는 것은 거의 미친 짓에 가까웠다. 중간에 빛 반사로 눈금이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위아래로 적힌 눈금에서 가장 식별이 가능한 부분을 토대로 윗 눈금의 '34'와 아랫 눈금의 '27'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역으로 눈금을 세어보니 위 그리고 아래 역시 눈금선이 끝나는 지점은 둘 다 '36'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이 정도 관찰력이면 과학수사대나 국과수에서도 뽑아주지 않았을까...?)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기본 길이 단위가 인치(Inch, 약 2.54cm)를 주로 사용하니까, 결국 '자'의 크기는 '36 x 2.54 = 91.44cm'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거 뭐지? 스타워즈 연대기와 동일하게 91cm잖아? 그런데 왜? 91cm보다 더 크다고 하는거지?"

무엇으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나는 잠시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고민에 빠져 들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시간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온통 내 머릿속은 "91cm가 맞잖아...!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내가 아주 중요하지만 단순한 것을 생각 못한 걸 깨달았다.

ILM모델러가 프레임 위에 상, 하판을 얹는中

저 사진 속의 빨간색 화살표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내부 프레임 구조물의 크기가 91cm인건 맞지만, 실제 'Star Destroyer' 모델은 그 뼈대 구조물 위에 상판과 하판을 덧대어 거기에 디테일링을 했기 때문에

크기가 더 클수 밖에 없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Eureka)'를 외친 것처럼, 나는 그때의 기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크기를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다!


"뭔가 정확하게 크기를 측정할 방법이 없을까?"

'Star Destroyer' 모델의 하부 이미지

그러던 어느 날 "저 사진 속 어딘가 일부분이라도 정확히 치수를 알 수 있다면, 대략적인 전체 크기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 회차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ILM 모델러들은 기존의 프라모델 킷들의 일부를 활용하는 킷배싱(Kitbashing) 방법으로 '스타워즈'에 사용된 우주선들의 디테일링을 완성했다. 물론, 이것은 'Star Destroyer'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나는 실제 모델의 측면 사진 한 부분에 주목했다. 거기에서 일본 모형회사 ‘Tamiya’에서 출시한 1/35 스케일의 8륜 장갑차의 부품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실제 모델의 'Tamiya 1/35 8rad 장갑차'의 부품이 사용된 부분

서둘러 모형샵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 바로 정확한 치수를 측정했다. "152mm"...

일본의 모형 제조사 'Tamiya'에서 발매한 8rad 장갑차 프라모델 킷과 'Star Destroyer'제작에 사용된 부품

그랬다! 저 위 'Star Destroyer' 모델의 하부 이미지에서 우주선의 앞부분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의 크기가 '152mm'인 것이다.


그 부분을 다시 하부 이미지 전체에 대입해 보니 152mm의 8배의 크기가 나왔다.

'Tamiya 8rad'가 사용된 부분을 'Star Destroyer' 모델의 하부 이미지에 대입한 모습

'152 x 8 = 1,216mm', 즉 'Star Destroyer'의 크기는 약 121.6cm로 기존에 '스타워즈 연대기'에서 알려졌던 91cm 보다 약 30cm가량이 큰 것이다.


물론, 실제 모델의 하부가 평면이 아닌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고, 사진 촬영 구도에 따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실제 크기는 약간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6년 당시, 나는 그동안 해외 포럼의 누구도 측정하지 못한 'Star Destroyer'의 크기를 새로운 접근법으로 알아냈다는 기쁨에 이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본체의 프레임을 만들고, 킷배싱을 위해 7, 80년대의 빈티지 프라모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Tips

스타워즈 순회전 : 스타워즈에 사용된 각종 미니어처 우주선, 의상, 캐릭터, 광선검을 비롯한 각종 소품과 특수효과 장치 등을 메인 테마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06년 서울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에서 순회전을 가졌는데, 아쉽게도 당시에는 내가 제작하는 1977년작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에 사용된 'Star Destoryer'가 아닌 1980년에 개봉한 '제국의 역습'을 위해 제작된 8피트 모델이 전시되었다.


ILM : Industrial Light & Magic의 약자로 미국에서 1975년에 설립된 특수효과 및 시각효과 팀. '스타워즈'에서 기존 영화들의 시각효과를 뛰어넘는 연출을 하고 싶었던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과 시각/특수효과 아티스트 '존 딕스트라(John Dykstra)'에 의해 만들어졌다. 즉 ILM은 '스타워즈'를 위해 꾸려진 시각 및 특수효과 팀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ET', '인디아나 존스' 등 많은 SFX 영화의 특수 효과를 담당했다.

ILM Model Shop의 모델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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