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이룬 소년의 꿈...

'Star Destroyer 제작기(Final Chapter)'

by ILMer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프런트 베이'와 '도킹 베이'는 비교적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달간의 패널라인 작업을 거치면서 이제 웬만한 어려운 작업은 내게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Front Bay(좌)와 Docking Bay(우)

두 부분을 본체에 부착하면서(이후에 있을 보수작업을 위해 자석을 달아 착탈식으로 제작), 사실상 내 7년에 가까운 긴 여정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동안 'Star Destroyer'를 만들기 위해 약 130개가 넘는 Donor Kit들이 사용되었고, 아직 찾아내지 못한 부품들을 고려하더라도 현재로서도 95% 이상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아직 찾아내지 못한 몇 %의 나머지 부품들은 내가 영원히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절대로 스크래치빌드(Scratchbuild)를 통해 임의로 추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최대한 오리지널 스튜디오 모델의 레플리카를 만들겠다는 내 처음의 다짐이며, 언젠가 찾아낼지 모를 미스터리 킷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이기도 했다.

완성된 'Star Destroyer'의 모습들

※ 그리고, 실제로 당시에 찾아내지 못한 킷들을 위한 여정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Star Destroyer'를 완성한 때로부터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제 한두 부분을 제외하고 녀석에게 쓰인 99% 이상의 Donor Kit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제작과정 중 가장 애를 먹인 부분이 상부 구조물의 사이드에 위치한 4개의 '레이저 포탑(Turret)'들의 디테일이었다. 나란히 위치한 3개의 작은 레이저 포들의 킷배싱(Kitbashing)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완성을 했지만, 맨 마지막에 위치한 '메인 포탑'은 2019년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Star Destroyer'의 4개의 Gun Turret들, 2019년


해외로부터 온 제안, 그리고 결단


나는 지난 모든 과정을 내가 활동하고 있는 'therpf.com'의 'Studio Scale' 포럼에 공유하고 있었다. 세 번의 사고부터 2009년부터 3년간의 공백기 그리고 첫 작업물을 내 손으로 부수고 다시 처음부터 제작을 결심한 사건까지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해외의 친구들과 사로 소통하며 도움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가족 못지않게 내 노력과 열정이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내 메일함에 'Hey Eric'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하나 와있었다.

메일을 보낸 사람 역시 나와 함께 'therpf.com'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 중 한 명이었다. 그 친구는 모형을 직접 제작하지는 않지만, 프로 모델러에게 작업을 의뢰하거나 완성된 모델을 소장 목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본인도 엄청난 '스타워즈'의 광팬이며 특히 우주선(Starship)이나 비이클(Vehicle)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 친구는 지난 수년간의 내 작업과정을 너무 감명 깊게 지켜봤고 기회가 된다면, 내 최종 결과물을 본인이 소장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금액은 실로 놀라웠다.

무려 $50,000...,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혹시 내가 0을 하나 잘못 봤나?"

사실 2009년 목디스크 판정을 받기 직전 유럽에 있던 한 친구(그 역시 'therpf.com'의 멤버였다.)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Star Destroyer'를 $7,000에 산다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창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던 나는 "이 녀석의 가치를 겨우 $7,000로 평가하다니..."라며 넘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단위가 달랐다.

(당시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대형세단을 사고도 남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한 나는 와이프에게 자랑스럽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한때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로까지 추락(?)했던 내 작품의 가치를 이렇게 높게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뿌듯했기 때문이었다.


"판매를 하고 다시 제작을 할까?" "배송은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거의 일주일 동안 온갖 생각들로 고민과 고민을 거듭했다. 녀석을 판매한 금액으로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머릿속을 온통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결심을 한 나는 내게 오퍼를 보낸 친구에게 메일을 써 내려갔다.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kind offer.

However, Star Wars has been a big part of my life, and this is not just a model to me.

The process of building the Star Destroyer has been like fullfilling the dream I had as a child.

For that reason, I’m afraid I cannot sell it. I truly appreciate your understanding.


Thanks,

Eric."

"당신의 제안에 너무 감사드리지만, 이 모델은 내게는 단순한 모형이 아니며, 'Star Destroyer'를 만드는 과정은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과정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팔 수가 없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내게 오퍼를 했던 친구는

"에릭(내 영어 이름), 나는 당신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비록 내가 그 모델을 소유하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당신이 만들어가는 수년간의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다.

"Eric,

I fully understand and completely agree with you.

Even though I may not own the model, just being able to see and follow the entire journey over the past years has been more than enough to make me happy.


Thank you very much."


그날 저녁, 당당하게(?) 거액의 오퍼를 거절했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과연 와이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비록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의 이야기...


'Star Destroyer'를 마무리하고 몇 년이 지난 2015년 전 세계의 스타워즈 팬들을 놀라게 하는 엄청 난 일이 있었다. 1977년 개봉한 오리지널 '스타워즈'의 오프닝에서 'Star Destroyer'에게 추격을 당하던 '레이아(Leia)' 공주의 우주선 'Blockade Runner'의 실제 모델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해당 모델의 존재여부는 영화의 첫 장면 이후 무려 40년 만에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며 그 실체를 드러냈는데, 2010년까지 ILM의 수석 모델러 'Grant Mccune'의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되다가 그의 사후, 가족들에 의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워즈'의 오프닝에 사용된 small 'Blockade Runner', (위) 실제 영화의 장면

일반에게 공개가 된 후 며칠간 전시가 되었는데, 해외의 수많은 모델러들이 직접 방문한 사진들을 공유했다.

나는 'Star Destroyer'를 만들면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포럼의 많은 모델러들과 함께 즉각적으로 해당 모델의 킷배싱(KitBashing)에 사용된 부품들을 대부분 알아냈다.


그리고, 18인치(약 45cm) 정도로 비교적 작은 이 모델을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small 'Blockade Runner'의 제작 과정은 추후에 한, 두 편 정도로 간략히 소개할 계획이다.)

제작 중인 small 'Blockade Runner', 2016년

'Blockade Runner'까지 완성이 되었기에 이제 정말로 내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스타워즈'의 오프닝 장면을 재현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래 두 장의 사진들은 내가 얼마 전 재현한 '스타워즈'의 오프닝 추격 장면이다.

하지만, 불행하게 'Star Destroyer'의 엔진에 불이 들어오는 효과를 줄 수는 없었다.

사실 2013년 초, 내부에 접속불량이 생긴 건지 갑자기 엔진에 라이트 업이 되지 않았다. 당시 녀석을 다시 분해해서 보수 작업을 할 엄두가 나질 않아 그대로 지금까지 방치를 한 것이 오히려 추격하는 'Star Destroyer'의 엔진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불상사를 만든 것이다.

(다시 저 녀석을 일부 분해할 생각을 하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1977년 '스타워즈'의 오프닝 장면을 재현한 모습, 2025년

2025년 9월 어느 날, 나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내 눈에 비치던, 그리고 그토록 내가 그리던 영화 속 장면을 4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마침내 이룰 수가 있었다!


Epliogue

부족한 필력에 글을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낯설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별로 대중적이지 못한 제 글에 항상 따뜻한 반응과 댓글, 그리고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저의 7년간의 'Star Destroyer' 제작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스타워즈 세계관의 창조자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와 그의 미니어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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