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Destroyer' 제작기(10)
"아빠의 직업을 헷갈릴 정도로 내가 그렇게 모형에만 집착했었다니..."
하긴 목디스크라는 큰 수술을 하고도 다시 여기에 목을 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도 그런 착각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몇 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족의 일상'을 그려 오라는 미술 숙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휴일에 온 가족이 소파에 앉아 화목하게 TV를 보는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그저 일상적인 가족의 휴일 풍경을 그린 그림이었지만, 그 안에는 다른 가족의 그림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소파에 같이 앉아 있는 건 와이프와 아들, 딸 그렇게 세 사람뿐이었고, 내 모습은 앞베란에 쪼그려 앉아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남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가급적 모형에 몰입하는 시간은 줄여나가려 노력했다. 이제 거의 막바지를 향해가는 순간에 겨우 깨달은 것은 온종일 '모형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여가와 취미로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 무식하게 접근했던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투여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먼저, 'Star Destroyer'의 하부 디테일은 상판보다 복잡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실제로 1977년작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Star Destroyer'는 주로 하부와 후면의 모습이 스크린에 보인다. ILM은 제작과정 당시 주어진 시간과 예산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 스튜디오 모델이 스크린상에 보이는 부분만 디테일을 추가했고 나머지는 빈 공간으로 두었다.
다행히 이전 작업을 통해 조립을 먼저 한 상태에서 하부 디테일 작업을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모든 디테일이 완성되기 전까지 상, 하판을 완전히 부착하지 않았다.
임시로 내부 프레임에 홈을 파고, 스크류(Screw)를 이용해 탈부착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패널라인과 나머지 디테일링이 완료된 후에 접착제를 활용해 영구 부착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하나가 거치를 위한 스탠드를 과거에는 하부에 구멍을 내서 마운트를 했다면, 이번에는 실제 스튜디오 모델과 같이 왼쪽 사이드에서 측면 마운트를 했다. 물론 측면에서 마운트를 하는 방법은 거치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기존보다 다소 불안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1. 실제 모델과 동일한 마운트를 재연한 점'과 '2. 하부 디테일을 훼손하지 않는 점' 등 다양한 이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장점이 있는데, 그건 다음에 이어질 내용에서...
이런 시행착오에 의한 개선점들에 더해 하부 디테일과 패널라인 작업을 더욱 용이하게 할 좋은 아이디어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과거 목측에 의존한 것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면,
먼저, '스타워즈 연대기(Star Wars Chronicles)'에 있는 스튜디오 모델의 의 하부 사진을 스캔한다.
그리고, 스캔 사진을 내가 측정한 'Star Destroyer'의 전체 크기인 121.6cm까지 확대하여 출력한다.
다음으로, 출력물 위에 투명 플라스틱판을 올리고 오리저널의 디테일과 주요 패널라인을 사진의 모습에 따라 그려준다.
끝으로, 그린 패턴을 개략적으로 잘라낸 후, 참고사진을 보며 보다 세밀하게 절단면의 디테일을 다듬으며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존 상부 작업보다도 복잡한 하부 작업에 기존대비 거의 1/3 정도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마운트 포인트를 아래쪽에서 측면으로 변경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장점은 바로 하판을 내부 프레임에 결합한 상태에서도 하부의 진행상태를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보며 점검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건 목디스크 수술을 한 내게는 가장 중요한 개선점이었다.
아랫면 작업한 것을 검토하기 위해 측면으로 마운트를 해보니 그 느낌이 기존과는 상당히 색다르게 느껴졌다. 위에서 내려보던 모습보다 '스타워즈'의 오프닝의 그 장면처럼 더욱 거대(?) 해 보인다고 할까?
그리고, 아래 사진과 같은 비교샷도 가능해졌다. 정확하게 ILM이 촬영한 카메라 각도를 맞추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근접한 구도에서 현재까지의 작업물의 정확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아주 큰 발전이었다.
상부와 하부에 들어간 패널라인과 디테일 작업을 모두 완료하고, 드디어 하판을 프레임에 완전히 부착했다.
어디까지 정확하게 카운트를 했는지 헷갈리지만, 거의 10,000개에 가까운 패널라인과 플라스틱 조각들이 본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제 사이드의 디테일도 모두 추가가 되었고, 남은 '도킹 베이(Docking Bay)'와 '프런트 베이(Front Bay)'를 추가하면, 정말 모든 작업이 끝나게 된다.
완전히 몸체를 갖춘 상태에서 마운트의 위치를 바꿔보니 그 무게가 장난 아니다. 디스플레이한 상태에서 이제는 혼자서 운반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무게와 크기가 되었다.
"우와~, 이거 정말 내가 한 게 맞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2006년,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던 이 모든 과정을 시작하던 그때가 떠올랐고, 나는 결국 해냈다는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서 조용히 박수를 치고 있는 와이프가 있었다....
(다음 편에서 '7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Tips
'스타워즈 V : 제국의 역습(1980년)'에 재활용된 오리지널 'Star Destroyer' : 스타워즈 첫 편에 등장한 'Star Destroyer'는 종종 '제국의 역습 편'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모델과 비교해 '4 Feet 모델'이라 불린다. 그리고, 본문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이 4 Feet 모델은 영화 속에서 해당 우주선이 가지는 상징성에 비해 조금은 엉성하게 제작되었다.
영화 본편에 보여지는 모습이 주로 하부, 상부에서는 함교(Bridge)와 좌현(Port side)이 전부였기에 제작시간과 예산이 넉넉하지 않던 ILM은 나름의 묘안으로 실제 영화에 보여지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게 된다.
그래서 우현(Starboard side)에는 아예 킷배싱(KitBashing)조차 하지 않았고, 상부 구조물 전체에 지금과 같은 패널라인이나 플라스틱 조각을 이용한 디테일링 같은 기법은 사용되지 않았다.
스타워즈의 대성공 이후, 다음 편을 제작하게 된 ILM은 새로운 'Star Destoyer' 모델을 만든다.
새롭게 제작된 모델은 이전 모델보다 다양한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에 약 두 배이상의 크기(8 Feet)로 만들어졌고, 광섬유(Fiber Optic)를 활용하여 윈도우 라이트업 효과를 포함해 훨씬 더 복잡한 디테일 기법이 추가되었다.
한편 '스타워즈 5편 : 제국의 역습'에는 '다스베이더(Darth Vader)'의 '슈퍼 스타 디스트로이어(Super Star Destroyer)'가 등장하는데, 이 기체는 종전의 일반 'Star Destroyer'와 구분되기 위해 훨씬 크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를 대비시키기 위해선 새롭게 제작한 8 Feet의 모델보다는 기존의 모델(4 Feet)이 적당했고, 새로운 모델과의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브리지 안테나'의 모양과 새로운 디테일의 추가 등 대대적인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가 스타워즈 순회전이나 루카스 뮤지엄에서 보고 있는 4 Feet 크기의 'Star Destroyer'는 오리지널 스타워즈에 사용되었던 모습이 아닌 그 후속 편을 위해 디테일이 추가 및 수정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