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줄 아는 꽃, 금잔화

E.P.4 수아의 주머니에 피어난 동전 꽃

by 이다연



수아의 주머니는 언제나 가벼웠어.

용돈을 받는 날이면
수아의 마음은 먼저 뛰어갔지.
문방구의 반짝이는 연필,
편의점의 달콤한 과자,
눈에 띄는 것은 모두
“지금 사야 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야.


“조금 남겨둘까?”

수아의 마음이 잠깐 물었지만,
아이의 손은 이미 계산대 위에 있었어.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날도 그랬어.

최고로 친한 친구의 생일날,
경민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주머니는 텅 비었어.

“아까 그 과자만 안 샀어도…”
“연필을 하나만 덜 샀어도…”


수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에서
혼자 울었어.

그 소리는 작았지만, 진심으로 슬펐어.


아이의 울음이
바람처럼 흔들리자

어둠과 정적의 꽃의 정원에서

마렌은 그 소리를 들었어.

마렌은 빛처럼 아이 앞에 나타났지.

“무슨 일이야?”

마렌이 부드럽게 물었어.


마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아 곁에 앉았지.


수아는 주머니를 꼭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

“왜 울고 있니?”

마렌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어.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어.

“돈이… 다 없어졌어요.”
“있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꼭 필요할 때는 하나도 안 남았어요.”


마렌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어.

“아니야.”

그리고 다시 물었어.

“남겨두지 못해서
울고 있는 거지?”


수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어.
그 말 사이사이, 아이의 마음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지.


아이는 계속 이야기를 했어.

문방구에서 샀던 것들,
편의점에서 먹었던 것들,
그때는 다 좋았던 순간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순간이 후회가 되어
가슴에 남아 있었어.


이야기가 끝났을 때,
마렌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이 마음은
꽃으로 전해져야겠구나.”


그 순간,
공기가 살짝 밝아지더니
빛이 한 줄기 내려왔어.

그 빛 속에서 요정 리아가 나타났지.


리아는 웃지도,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어.

그저 아이 앞으로 다가와
작은 씨앗 하나를
아이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어.


씨앗은 햇빛을 머금은 것처럼
노란빛을 띠고 있었어.

“이건 금잔화 씨앗이야.”

마렌이 말했어.

“금잔화는
기다릴 줄 아는 꽃이야.”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의 손을 살짝 감싸주었어.


“이 꽃은
아무 때나 피지 않아.”

마렌이 이어서 말했지.

“지금 쓰고 싶어도
조금 기다려야 해.
해가 꼭 필요할 때
천천히 피는 꽃이거든.”


수아는 씨앗을 바라보며 물었어.

“그럼…
제가 정하는 거예요?”

마렌은 미소 지었어.

“그래. 이 꽃은
네 선택을 따라 피는 꽃이야.”


다음 날,
아이는 문방구 앞에서
잠시 멈춰 섰어.

사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아이의 손은 주머니 속에서
손을 꼭 쥐고 있었지.

“오늘은…
조금만 남겨둘래.”


그 순간, 아이의 주머니 안에서
따뜻한 빛이 퍼졌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알 수 있었어.

금잔화가 살짝 피어났다는 걸.


그날 밤,
마렌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리아가 조용히 나타났고,
피어난 금잔화는
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지.


그리고 잃어버린 꽃의 정원 한가운데,
노란 금잔화 한 송이가
조용히 자리를 잡았어.


리아는 그 꽃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고,
마렌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어.


아이의 주머니는

여전히 크지 않았지만,
아이의 마음에는
이제
기다릴 수 있는 자리가 생겼어.


그리고 흑암의 마법으로 뒤덮인

꽃의 정원은

오늘도 그 희망의 빛으로
아주 조금 더 밝아졌어.

E.P.4《기다릴 줄 아는 꽃, 금잔화》 《수아의 주머니에 피어난 동전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