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그리움으로 피다

별아, 보이지 않는 손을 잡아

by 이다연

별아, 보이지 않는 손을 잡아


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

기쁘지 않았어.

사람들은 말했지.

“이제 어엿한 초등학생이네.”
'엄마랑 떨어져서도 잘할 거야.”


하지만 별이는 알았어.
학교는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걸.


아침이 되었고,
별이는 엄마 손을 꼭 잡고 학교에 갔어.

교문 앞에서 엄마는 멈춰 섰어.

“여기까지만 같이 갈 수 있어.”

별이는 손에 힘을 줬어.
손바닥이 조금 아플 만큼.


“엄마도 들어와.”

엄마는 고개를 저었어.

“별이는 여기서부터 혼자야.”


그 말은 별이에게 이렇게 들렸어.

이제 엄마랑 떨어져 있어야 해.

교실 문이 닫히자
별이의 마음도 같이 닫힌 것 같았어.


자리에 앉았지만
다리는 자꾸 의자 밑에서 움직였고,
손은 가방 끈을 놓지 못했어.


수업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도 별이는 창문만 바라봤어.


엄마가 어딘가에서 사라져 버린 것 같았거든.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밥을 먹고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어.

별이는 밥 앞에 앉아 있었지만
숟가락을 들지도 못했어.

목이 꼭 막힌 것 같았고,
눈물이 먼저 떨어졌어.


그때 누군가 옆에 와서 앉았어.

초록빛 옷과 두건을 쓴 아이.

마렌이었어.

“괜찮아.”

마렌은 별이 옆에 말없이 앉아 있었어.


별이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어.

“엄마가 안 보이면
사랑도 없어지는 것 같아.”

마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사랑은,
같이 있을 때만 있는 게 아니야.”
“별...
떨어져 있어도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 연습을
지금 하고 있는 거야.”


그때 작은 빛이 내려왔지.

투명한 날개를 가진 요정, 리아였어.


리아는 교실 화분에 핀
작은 파란 꽃을 가리켰어.

“이 꽃을 아니?”

별이는 고개를 저었어.

“물망초야.”

리아는 속삭이듯 말했어.

“이 꽃은
잊힌 기억을 위해 피어나.”
“이미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는 걸
기억하게 하기 위해 피는 꽃이란다.”


학교가 끝났고,
별이는 집으로 돌아왔어.


문을 열자 엄마는
아침과 똑같은 얼굴로 별이를 안아줬어.

별이는 그제야 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어.

"우리 딸,
오늘 어땠어?”


그 순간 별이는 알았어.

엄마의 사랑은 학교에 따라가지 않았어도
집에 남아 있었고,
떨어져 있던 시간에도

별이 곁에 함께 했다는 것을.


그날 밤 처음으로
별이는 혼자 잠들었어.

엄마는 옆 방에 있었지만
별이는 이불을 꼭 붙잡지 않아도 됐어.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함께, 계속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

별이가 잠드는 걸 지켜보던
마렌과 리아는
물망초를 바라봤어.


리아가 말했지.

“이 꽃은 자기 소임을 다했어.”

물망초는 빛이 되어

잃어버린 정원으로 돌아갔어.


정원 한편에
떨어져도 이어지는 사랑의 꽃이
조용히 피어났어.


마렌은 그 꽃을 바라보며 말했어.

“나는 아직
인간의 마음을 더 알아야 해.”

리아는 미소 지었어.

“그래서
우리가 아직 여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의 정원도 언젠가는.”

하늘에 별똥별이 예쁘게 떨어졌어.


잃어버린 정원은
오늘도 아이 하나의 첫 분리로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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