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여행, 그리고 도전 #5
비행기 표 없이 떠나는 '마이크로 여행'을 아시나요? 거창한 계획 없이도, 나의 하루를 풍요롭게 만드는 일상 속 작은 탐험에 대하여.
(이 글은 오디오북으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긴 여행의 끝은 언제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지. 하지만 진짜 여행의 완성은, 흙먼지 묻은 여행 가방을 풀고 다시 마주한 나의 ‘일상’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깨닫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 같아. 낯선 땅에서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성공, 사무치는 외로움과 예기치 못한 인연들은, 신기하게도 나의 일상 곳곳에 아주 작지만 선명한 흔적들을 남겼단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샌프란시스코를 더 이상 ‘머무는 곳’이 아닌 ‘탐험하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거야. 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세상은 학교와 집, 그리고 가끔 들르는 마트가 전부였어. 주말이면 낯선 동네로 나가는 것보다는 익숙한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편안하게 여겼지.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도 좋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새로운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달라. 나는 주말이면 일부러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의 카페를 찾아가고, 평일 저녁에도 문득 골든 게이트 파크의 낯선 산책로를 걷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 예전에는 회색빛 안개에 싸여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 도시가, 이제는 매일 아침 새로운 모험을 약속하는 보물섬처럼 느껴진달까. 마치 내 도시가, 아직 펼쳐보지 않은 수많은 페이지를 간직한 거대한 여행 책이 된 것만 같아.
이것은 내가 ‘여행’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쓰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해. 예전의 나에게 여행이란, 비행기 표를 끊고,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아주 멀리 떠나야만 가능한 거창한 이벤트였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집 근처 언덕에 올라 처음 보는 노을을 마주하는 것,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에티오피아 음식을 맛보는 것,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페리 빌딩의 파머스 마켓에서 활기찬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일상 속에서 즐기는 ‘마이크로 여행(Micro-travel)’이 되었단다. 여행의 본질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면, 그 경험은 꼭 아주 멀리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거지. 오히려 일상 속 작은 탐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 삶을 훨씬 더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어.
이런 작은 여행들을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게 된 데에는, 내 안에 아주 튼튼한 ‘인간 GPS’가 장착되었기 때문일지도 몰라. 보스턴의 낯선 거리에서 홀로 길을 찾았던 경험, 뉴욕의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경험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의 방향 감각을 단련시켜 준 거야. 이제 나는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설령 잘못된 길로 들어서더라도, 결국에는 나만의 방법으로 목적지를 찾아낼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생겼거든. 이 자신감은 비단 길 찾기에만 국한되지 않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처음’ 앞에서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용감해질 수 있었단다.
물론, 이 모든 변화의 가장 깊은 곳에는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깨달음이 자리하고 있어. LA 여행에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은, 반대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 되어주었지. 나파 밸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완벽한 하루는, 내가 어떤 관계 속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지를 알게 해주었어.
그래서 이제 나는, 내 일상 속에서 더 나은 선택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예전에는 누군가 주말에 나와는 전혀 다른 취향의 계획을 제안하면,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억지로 따라나서곤 했지.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 “그것도 재미있겠지만, 나는 이번 주말엔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 하고 말이야. 반대로, 이전에는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 예를 들어 혼자 영화를 보거나, 새로운 운동 클래스에 등록하는 일에는 훨씬 더 과감해졌지. 이 모든 것이, 여행이라는 낯선 경험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사용 설명서를 조금 더 자세히 읽게 되었기 때문이야.
동생아, 결국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세상을 구경하는 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을 뜨게 해주는 것 같아. 나는 이 길고 서툴렀던 첫 번째 여행 챕터를 통해, 비로소 나 자신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단다. 너의 일상 속에도, 너를 더 너답게 만들어 줄 수많은 작은 여행들이 숨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