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해

by 꿈꾸는 하다

(이 글은 머리말인 ‘너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다음에 목차와 함께 이어지는 설명글입니다.

곧 다가오는 동생의 생일에 맞춰 이 브런치북을 보여줄 예정이라, 이 글 역시 함께 연재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해놓고, 갑자기 여행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글이 이어져 당황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해, 또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뒤늦게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동생아, 이 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어. 그래야 네가 이 글을 읽을 때 '편지라더니, 왜 에세이 같지?' 하며 혼란스러워하지 않을 테니까.


처음에는 정말 단순한 마음이었어. 멀리 떨어져 있는 네게 매일의 안부를 전하듯, 그날그날 내가 겪고 느낀 것들을 일기처럼 편지에 담아내고 싶었지. 20대를 좁디좁은 방 안에서 오직 공부만 하며 보냈던 내게, 유학 와서 마주한 신대륙은 그동안 맛보지 못한 경험들이 진수성찬처럼 차려진 거대한 식탁 같았거든. 신이 내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면 몇 번이고 유학 왔던 그때로 돌아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들도 모조리 살아보고 싶다고 말할 만큼 행복했어.


그리고 그 감격스러운 순간마다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했단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언젠가 너와 함께 와야지' 다짐했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지.


그렇게 이 모든 기쁨을 너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편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이 담긴 긴 글이 되었어.


그런데 글을 오래 쓰다 보니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단다.


첫째는,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신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성장했다는 거야. 어제의 생각이 오늘의 생각과 판이하게 다를 정도로 매일같이 변하다 보니, 과거에 쓴 글이 하루만 지나도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미숙하게 느껴져서 몇 년이고 고쳐 쓰기를 반복했지. 그러다 보니 처음 편지를 쓴 날짜는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어.


둘째는, 세월이 흐르면서 남의 나라에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팬데믹을 겪고,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마음이 시꺼멓게 타들어 가던 날들도 있었거든. 그러자 과거의 행복했던 기록들이 마치 허황된 거짓말처럼 느껴져, 도저히 글을 마무리할 용기가 나지 않더구나. 그래서 또 몇 년을 그냥 서랍 속에 묵혀두었지.


그러다 10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상처가 아물고 이 글을 다시 마주할 용기를 냈어. 그리고 결심했지. 부끄러운 감정과 상처를 억지로 지우지 않고, 그것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일부로 존중하기로. 대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나'의 시점에서 얻게 된 깨달음을 덧붙여, '그때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글을 완성하기로 말이야.


때로는 유학 초반의 순수했던 내가, 때로는 이방인으로서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 내가, 그리고 지금의 성숙해진 내가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그렇게 시간의 층위가 겹쳐진 이 글 속에서, 너는 나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야.


바로 이런 이유로, 이 편지는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내가 깊이 고민했던 '여행', '친구', '사랑' 같은 주제들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단다. 그래서 때로는 시점이 자주 바뀌어 마치 소설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이 글 구석구석에 담긴 마음만큼은 단 한 순간도 변함없이, 오직 동생인 너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에는 내가 직접 겪고 느낀 생생한 경험들만을 담았어. 화려한 이론이나 남의 말을 빌려온 지혜가 아니라, 내가 몸소 부딪히며 깨달은 진짜 삶의 교훈들 말이야. 그래서 이 글이 너에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사랑하는 동생아, 너는 누나가 10년의 세월을 고심해 이 글을 완성하게 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이 책은 내 삶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을 진하게 우려내어 오직 너에게만 선물하는, 나의 유산이야.


부디 이 유산이 네 인생의 갈림길에서 너를 지켜주는 지혜가 되고, 너만의 길을 찾아 나설 용기가 되어주기를. 먼저 이 길을 걸어본 누나로서, 네가 걸을 땐 조금 덜 아프고 덜 외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유산의 전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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