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이 천국인가, 두 번째 여행, 나파

1장. 여행, 그리고 도전 #2

by 꿈꾸는 하다

동생아, 지난번엔 누나가 조금 서툴렀던 첫 미국 여행 이야기를 했었지? 거절 못 하고 따라나섰다가 '나다운 여행'이 과연 뭘까, 하고 고민하게 됐던 그 LA 여행 말이야. 오늘은 그 경험과는 정반대로,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을 만큼 내내 행복감에 젖어 있었던 누나의 두 번째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샌프란시스코 근교 나파 밸리로 떠났던 짧지만 아주 특별했던 시간인데, 네게도 이런 기분 좋은 경험, 따뜻한 관계에서 오는 충만함에 대해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왜냐하면, 이 여행을 통해 누나는 '함께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거든.


| 또 한 번의 특별한 만남, 험프리


이 천국 같았던 여행을 이야기하려면, 이 여행을 이끌었던 험프리라는 또 다른 대만 친구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네. 이 친구와의 첫 만남도 참 특별하고 재미있었단다. 개학 전에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위한 볼링 파티를 열었는데, 너도 알다시피 누나가 낯을 좀 가리잖아. 아는 한국인 신입생은 한 명도 없지, 용기는 없지, 그래서 행사장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쭈뼛거리며 기다리고 있었거든.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도 중국계 인구가 많은 도시라 그런지, 그날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 대부분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친구들이었어. 험프리도 그 무리 속에 있었는데, 앞에 있던 다른 친구들이 먼저 온 1번 버스를 타고 휙 가버리자, 험프리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거야. 그제야 누나가 용기를 내서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지.


다행히 험프리는 처음 보는 나에게도 아주 친절하고 유쾌하게 말을 건네주는 친구였어. 말솜씨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점잖음과 교양이 느껴졌달까. 우리는 버스를 타고 볼링장으로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아주 진솔하게 서로 유학길에 오르게 된 이유와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 어쩜 그렇게 처음 만난 사람과 깊은 대화가 가능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 그 짧은 대화가 너무 좋아서, 누나는 속으로 또 생각했지. '아, 이 친구랑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이번엔 진짜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봐야지!' 하고 말이야. (LA 여행 때 맨디를 보며 섣불리 품었던 마음과는 조금 다른, 진심으로 통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다행히도, 험프리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 우리는 그 후로 진짜 '베프'가 되어서 지금까지도 서로 안부 묻고 응원하며 잘 지내고 있어.


너에게도 살면서 이렇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음이 통하는 좋은 친구가 있니? 누나의 기억 속엔 초등학교 다닐 적에 너네 반을 지날 때면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장난을 치던 장난꾸러기 네 모습이 있어서 네가 여전히 좋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을 것만 같아. 그리고 앞으로도 네 인생에 참 좋은 인연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동생아.


험프리 이야기는 나중에 '친구' 편에서 더 자세히 할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은 이 친구가 만들어준 천국 같았던 나파 여행이 왜 그렇게 특별했는지에 집중해볼게.



| 전문가의 손길, 세심한 배려가 깃든 계획


우선, 험프리는 여행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준전문가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친구였어. 여행 자체가 삶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이미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대만에서도 늘 함께하는 오랜 여행 친구들이 여럿 있었지. 그래서일까, 그는 어떻게 여행을 계획해야 모두가 만족하고 즐거워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동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계획 짜는 것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친구였지. 지금부터 험프리가 우리 네 명의 첫 여행을 얼마나 세심하게 계획했는지 들려줄 텐데, 아마 너도 듣다 보면 '와, 정말 대단하다!' 하고 감탄하게 될 거야. 누나도 옆에서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단다.


험프리는 이제 막 서로 알아가기 시작한 우리들을 위해, 무리한 장거리 여행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나파 밸리를 주 여행지로 선택했어. 덕분에 우리는 이틀 동안 알차게 여행하면서도 잠은 각자 집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지. 여행지에서의 피로도 덜했고, 아직은 어색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하룻밤을 꼬박 함께 보내야 하는 부담감도 없었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지?


나파에서는 두 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그중 한 곳(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은 1인당 25달러 정도면 세 가지 종류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곳이었어. 그런데 험프리는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을 우리 학생들 사정을 고려해서, 네 명이 각자 세 잔씩 시음하는 대신, 총 여섯 종류의 와인을 주문해서 다 함께 조금씩 나누어 맛보자고 제안하는 거야. 각자 마시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따라 마시면서 다양한 와인을 경험할 수 있게 말이지. 덕분에 우리는 비용 부담 없이 훨씬 더 다채로운 와인을 맛볼 수 있었어. 혹시라도 누군가 혼자 비용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 마음이 참 고맙고 멋있게 느껴졌단다. 너도 나중에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거나 무언가를 함께할 때, 이런 세심한 배려를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작은 배려 하나가 그날의 분위기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드는지, 누나는 이때 정말 크게 느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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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에서의 하루, 와인과 웃음과 햇살


우리가 방문했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마치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의 정원 같았다고 할까. 입구에는 동그란 분수대가 파란 하늘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고, 저 멀리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포도밭 사이로 하얀색 작은 성 같은 건물이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었어.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겨우 한 시간 남짓 달려왔을 뿐인데, 풍경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마치 보성 녹차밭처럼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빛 난쟁이 포도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진 그곳은, 혼란스러웠던 첫 학기를 막 마치고 지쳐 있던 우리에게 정말이지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졌단다.


매일같이 불 꺼진 랩실에서 컴퓨터 화면의 파란 불빛만 쬐다가, 눈부신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싱그러운 포도밭에 둘러싸여 향긋한 와인을 홀짝이니… 아, 정말 천국이 따로 없더라니까. 신기하게도 와인 한두 잔에 금세 기분이 알딸딸하게 좋아져서, 처음 만난 친구, 아직은 서먹한 친구 할 것 없이 우리는 정말 끊임없이 웃고 이야기했어. 학교 밖에서 사적으로 만난 것도 처음이었는데,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지. 어쩌면 영리한 험프리는 이걸 다 계획했던 걸지도 몰라. 우리가 앞으로 좋은 여행 친구가 되려면, 이렇게 마음 편히 웃고 떠들며 서로에게 스며들 계기가 필요하다는 걸 미리 알았던 거지. 심지어 험프리 자신은 이미 다른 친구들과 나파를 와봤기 때문에 굳이 다시 올 필요가 없었는데도 말이야. 참 속 깊고 다정한 친구지?


함께했던 다른 친구들도 어쩜 그리 좋은 사람들이었는지 몰라. 험프리의 대만 친구 버피는 중견 가구 회사 외아들이었는데, 어찌나 예의 바르고 젠틀하던지. 여행 당일 아침, 나를 데리러 우리 집 앞에 렌터카를 몰고 왔는데도, 차에서 내려 내 짐을 먼저 챙겨주고 차 문까지 열어주는 거야. (누나 그때 정말 감동했잖아!) 처음 만나 어색해서 내가 늘어놓는 폭풍 수다를 끝까지 미소 지으며 들어주고, 장단도 참 적절하게 잘 맞춰주는 친구였어. 그런데 그런 행동들이 전혀 가식적이거나 기술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몸에 밴 겸손함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아서, 나는 속으로 '와, 이 친구 정말 귀하게 자란 친구구나' 생각했지. (실제로도 그랬지만 말이야.)


그리고 또 다른 멤버는 첸이라는 나의 중국인 동네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성격이 정말 유하고 긍정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따라주는 편안한 친구였어. 그러면서도 분위기에 맞게 재치 있는 농담도 할 줄 알고, 무엇보다 정말 예쁘게 잘 웃는 친구였지. 아마 우리 모두 첫 만남이라 서로 조심스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날 우리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서로를 향한 배려심을 가득 담아 표현했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항상 "너는 어때?", "네 생각은?"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물었고, 누가 어떤 제안을 하면 "와, 좋다!", "그렇게 하자!" 하며 기꺼이 따라주는 든든한 마음들을 보여주었지.


그런데 동생아, 정말 신기했던 건 뭔지 아니? 그렇게 서로 배려하고 의견을 맞추는데도, 전혀 내가 희생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거야. 오히려 내가 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울 때보다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어. 아, 이게 바로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이구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


너 혹시 천국과 지옥의 숟가락 이야기 들어봤니? 천국과 지옥 모두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고 아주 기다란 숟가락이 주어지는데, 지옥 사람들은 그 긴 숟가락으로 자기 입에만 음식을 넣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아무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반면, 천국 사람들은 그 긴 숟가락으로 서로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며 모두가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지낸다는 이야기 말이야. 나는 그날, 우리가 함께 만든 이 순간이 바로 그 이야기 속의 '천국'이라는 생각을 했어.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낸, 정말이지 포근하고 충만한 공간이었지.


| 사진보다 강렬한 기억, 마음에 새겨진 풍경


우리는 틈만 나면 서로의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주려고 셔터를 눌렀어.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남겨진 사진들이 단순히 '찍힌' 사진이 아니라, 정말 그 순간의 행복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 같았다는 거야. 내가 남에게 부탁해서 찍거나 셀카를 찍을 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예쁜 모습으로 말이지. 신기하게도 나파 여행 사진 속 내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그때의 즐거움과 편안함이 그대로 느껴져. 딱히 예쁜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공들여 머리를 한 것도 아닌데, 사진 속의 나는 정말이지 걱정 하나 없이 환하게 웃고 있더라. 나뿐만 아니라 함께했던 친구들 모두 그랬어. 너도 어릴 적 사진첩 보다 보면 그런 거 느낄 때 있지 않니? 똑같이 웃는 표정인데도, 유난히 힘들었던 시절에 찍은 사진 속 미소는 어딘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데, 마음 편하고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 속 미소는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잖아. 꼭 그런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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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끔은 사진 속 모습과 내 기억이 달라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잖아. 사진 속에서는 분명 세상 다정한 친구처럼 서로 껴안고 웃고 있는데, 정작 내 기억 속 그 순간은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 말이야. 누나는 예전에 세네갈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좀 그런 기분이 들거든. 겉모습은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사실 내 머릿속에는 그때 겪었던 서운함이나 오해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니까.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때로 진실의 일부만을 보여주거나, 때로는 만들어진 모습을 담기도 하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파 여행은 정말 달랐어. 물론 예쁘고 멋진 사진들이 많이 남았지만, 그 사진이 없어도 그날의 눈부셨던 햇살, 와인 향기 섞인 싱그러운 바람,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포도밭의 풍경, 친구들의 끊이지 않던 웃음소리, 손잡고 걸었던 포도밭 오솔길, 시원한 바닷가에서 먹었던 달콤한 아이스크림, 그리고 우연히 만난 친절한 할머니가 추천해 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맛있는 저녁 식사까지… 그 모든 감각과 감정들이 내 머릿속 기억 앨범에 아주 선명하게, 통째로 저장되어 있어. 굳이 사진을 들춰보지 않아도 언제든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말이야. 정말 좋은 여행, 진심으로 행복했던 순간은 어쩌면 사진을 남기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이렇게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건지도 모르겠어.


| 영원하지 않기에 더 소중한, 그리고 감사한 마음


그리고 험프리는 정말이지, 시간과 장소 활용의 마법사 같았어. 우리는 와인 테이스팅을 하루에 두 번이나 했는데도, 그 사이에 유명한 가로수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거나, 맛있는 브리또를 먹으며 잠시 쉬어가는 등 완급 조절을 어찌나 잘하는지 ‘또 와이너리야?’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 방문했던 와이너리마다 건물도 특색 있고 보이는 풍경도 달랐을 뿐 아니라, 같은 이름의 와인이라도 미묘하게 맛이 달라서 그 차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쏠쏠했지. 이동하다가 마음에 드는 포도밭이 나오면 즉흥적으로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산책할 수 있는 여유도 충분히 가졌고, 오후에는 산타모니카 비치(아마 다른 해변일 수도 있지만, 기억 속엔 그곳처럼 느껴져!)에 들러 시원한 바닷바람도 쐬었어. 저녁에는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 같은 예쁜 동네(소살리토였을까?)를 찾아가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추천해 준 레스토랑에서 정말 근사한 저녁 식사도 했지. (신기하게도 그날 우리가 고른 음식들은 하나같이 다 맛있었어! 마치 좋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니 세상이 계속해서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분이었달까.) 지금 돌이켜보면 아침 일찍 출발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곳을 여유롭게 방문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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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그러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우리를 재촉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어. “이제 그만 일어나자” 같은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어. 우리는 모든 장소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원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했고, 그 순간의 행복감을 온전히 만끽했지. 누군가 화장실을 가야 할 때도, 잠시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도, 혹은 차에 놓고 내린 물건을 가지러 가야 했을 때도,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거나 다그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려주었어. 그 친구들 덕분에 우리는 그날 하루 동안, 정말이지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온전히 그 순간의 즐거움에 머물 수 있었지. 그때가 마침 기말고사를 막 끝낸 후라 시간의 압박감에 영혼까지 탈탈 털린 상태였는데, 마치 빼앗겼던 나의 시간을 그곳 나파에서 온전히 되찾은 기분이었달까. 힘든 시기를 보낸 후였기에 그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이 더없이 달콤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날 나파를 가득 채웠던 눈부신 5월의 햇살과 생기 넘치는 푸르름, 그리고 걱정 없이 환하게 웃던 친구들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게 아른거리는 것 같아. 그런데 참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안타까운 건 뭔지 아니? 그 친구들과 여전히 가끔 연락하고 만나기도 하지만, 그때 나파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그 완벽하고 충만한 행복감을 다시 경험하기는 어렵다는 거야. 그 후로도 몇 번 함께 여행을 했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었어. 왜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그때처럼 조심스럽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 무뎌진 걸까? 아니면 매 학년 올라갈수록 점점 더 버거워지는 학업 스트레스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넉넉했던 유학 자금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때의 그 완벽했던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는 해. 마치 우리가 여전히 부모님을 깊이 사랑하지만, 철없던 어린 시절 부모님 품 안에서 느꼈던 절대적인 행복과 안도감을 그리워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각자가 서로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또 그만큼 다르게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영원하지 않기에, 그 찰나의 완벽했던 순간이 더 눈부시고 소중하게 기억되는 건지도 몰라.


그래도 내게 험프리는 여행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좋은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 정말 고마운 친구야. 그리고 나파에서의 그 하루는 내게 큰돈이나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사소한 것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유쾌함만 있다면 얼마든지 천국 같은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소중한 진실을 가르쳐 주었지. 이 친구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때의 우리를 생각하면 늘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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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아, 누나는 네게 험프리처럼 좋은 여행 친구가 되고 싶어. 네가 누나와 함께 여행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고, 누나와 함께가는 어디든 천국의 휴식이 될 수 있었음 좋겠어. 그래서 누나가 험프리와 같이 여행다니면서 너랑 함께 미국 여행할 날을 꿈꾸며 열심히 가이드하는 법을 배웠어. 네가 샌프란시스코에 온다면 나파 밸리를 네게 가장 먼저 보여줄 거야. 너의 삶에도 이렇게 문득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사한 추억들을 많이 선물해 줄게. 그리고 네 주변에도 네 인생을 안내해주는 험프리 같은 인연이 많아서 함께 행복한 추억들이 많이 쌓여가기를 누나가 진심으로 응원할게.


오늘도 사랑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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