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공책, 급식 지도, 독서 현황판
배움 공책
수업을 듣고 나서 공책을 쓰면서 그 날의 학습을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꾸준히 공책을 정리하게 지도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여러 시행 착오를 많이 겪었다. 일단 공책을 쓰는 시간이 가장 큰 문제인데, 학생들마다 공책을 정리하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수업 시간을 운용하는데 변수가 너무 많았다. 공책 정리하는 내용도 고민이었는데, 교사가 판서한 내용을 따라 쓰는 것은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고민 없이 그냥 글씨를 쓰는 작업으로만 끝나게 되는 것이 좀 싫었다. 입시나 내신을 걱정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초등학교의 장점인데 정형화된 정답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조금 틀리거나 중요한 내용이 빠지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요점 정리를 하거나 핵심적인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 훨씬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배움 공책 지도를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하루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 끝나기 전 15분 가량을 늘 배움 공책 시간으로 고정을 해 둔다. 학생들은 그 날 공부한 과목 중에서 1개~2개 정도를 골라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책을 정리한다. 분량은 15분을 기준으로 공책 한 쪽 정도이며, 학기초에 글씨 쓰기와 함께 지도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배움 공책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 아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써보자고 했더니, 주로 수업에 대한 자신의 감상만 써놓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학기초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배움 공책을 쓰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요점 정리, 빈칸 넣기, 문제 출제, 마인드 맵, 4컷 만화 등 학습 내용에 따라 좀 더 효과적인 공책 정리 방법들이 있다. 교사가 실물화상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책을 정리하는 것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따라서 쓸 수 있게 지도하면 된다. 단조롭게 글씨만 쓰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과 밑줄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했더니 같은 내용으로 공책을 쓰더라도 아이들마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15분의 타이머가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쓴 쪽을 펼쳐서 교실 뒤에 게시한다. 이렇게 하면 한 사람씩 일일이 돌아가면서 나에게 검사 받으러 오지 않아도 내가 한 눈에 둘러보기 편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교실 뒤편을 오고 가며 다른 친구들이 쓴 배움 공책을 늘 살펴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또 다른 배움이 이루어지게 된다. 공책을 쓰는 친구들은 자신이 쓰는 내용을 친구들이 항상 읽는다는 전제를 하게 되므로 좀 더 신경을 써서 작성하게 되고, 읽는 친구들은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나 배움 공책의 작성 방법을 배우게 된다.
배움공책을 쓰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본질적 장점 외에 보너스들도 있다.
첫째, 학교의 다양한 행사들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가끔씩 그 날의 소감이나 생각 등을 적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마무리일 때가 있는데, 이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쉽다. “오늘 배움 공책의 주제는 축제를 하고 난 뒤 생각이나 느낀 점을 쓰는 것입니다.” 하고 안내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추가의 작문을 해야 한다는 저항감을 확 낮출 수 있다.
둘째, 고학년과 하루종일 복작대며 공부하다보면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집중력 저하되기 마련이다.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대신, 자기 주도적인 배움공책 작성으로 하교 전 15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것을 학생들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셋째, 고정적인 루틴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활동을 미리 예상할 수 있어서 안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로 그날 하루를 정리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급식 지도
한 때 담임 교사가 급식 지도를 하는 것이 학생들의 인권 침해라는 논지가 뜨거운 이슈였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이들이 편식하는 음식을 억지로라도 먹게 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확신은 할 수 없으나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다.) 솔직히 내 개인적인 의견은 알러지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에서 선생님의 권한으로라도 아이들이 싫어하는 반찬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식하는 식재료일수록 더 여러번 노출하고 조금씩이라도 맛을 보게 해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인권은 몹시 중요하지만, 편식하는 것에 인권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 접근인지는 모르겠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먹게 하는 것이 인권을 더 존중하는 방법일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급식 지도의 험난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잔반을 남기지 않고 골고루 반찬을 먹게 하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지도하고 있다.
일단 학기 초에 ‘이것만은 절대 먹을 수 없다’는 반찬을 조사한다. 개수는 한 사람당 최대 3개까지이다. 그것을 학급 조사표에 기록해둔다. 급식에서 해당 반찬이 나왔을 경우에는 그 반찬을 남겼더라도 남긴 개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밥이나 반찬을 남겼을 경우에는 한 개당 믿음 열매를 1개씩 뺀다. 3개 남겼을 경우에는 3개의 믿음 열매를 빼는 식이다. 아이들은 최대한 밥과 반찬을 다 먹으려고 노력해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을 때에는 믿음 열매를 쓰면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밥과 반찬을 다 먹었을 경우에는 교사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따봉’ 표시를 해주고, 조사표에 ‘별표’로 기록해둔다, 이 별이 기록된 만큼 급식 로또 바구니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넣을 수 있고, 이름을 여러 번 써 넣을수록 당연히 당첨 확률은 높아진다. 일주일에 한 번 로또를 추첨하여 뽑힌 친구는 믿음 열매를 받을 수 있다. 믿음 열매를 받는 개수도 뽑기로 진행하는데, 사다리타기를 해서 최소 2개, 최대 7개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소한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
만약 그 날 급식 중에 자율이나 선택 항목(파프리카, 쌈 채소 등의 추가 반찬)이 있을 경우 이 반찬까지 더 먹게 되면 쌍별을 받을 수 있다. 쌍별은 이름을 2번 써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추가 반찬까지 꼭 챙겨서 먹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식으로 급식 지도를 하니 반의 2/3정도는 늘 급식을 깨끗하게 다 먹었고, 반찬을 남기는 개수도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급식 지도를 하는 교사와 아이들의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지도 방법이다.
독서 현황판
요즘 학생들이 예전에 비해서 책을 덜 읽는 것은 확실하다.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상당히 짧아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꽤 있다. 비록 집에서는 한 글자도 안 읽을지라도,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독서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어쨌든 최소한 책을 펴고 앉는 연습이라도 할 수 있긴 하다. 그래서 독서하는 분위기를 좀 더 권장하기 위해서 독서 현황판을 활용하고 있다.
일단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학급 문고의 가장 첫 페이지에 독후 기록을 적을 수 있는 종이를 붙여둔다. 예전에 도서관이 지금처럼 전산화되기 전, 수기로 작성된 대출 기록 카드에서 이전에 같은 책을 읽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보는 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이 기억이 떠올라서 비슷하게 아이디어를 활용해 본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적어두고, 동시에 다른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독후 기록을 썼으면 교실의 게시판에 붙여진 독서 현황판에 책을 다 읽은 날짜를 적는다. 내가 언제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고, 다른 친구들은 어떤 책을 얼마나 읽고 있는지 서로 비교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독서 현황판에 5개의 날짜를 기입할 때마다 믿음 열매 1개를 받을 수 있게 하여 교실의 포인트 제도와도 연계성을 둔다.
공개적인 현황판을 상시 게시하면,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교실에 마련된 학급 문고를 모두 다 읽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과 거리두기를 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한 것을 이렇게 해서 2~3권이라도 더 읽게 되는 것만으로도, 어쨌든 발전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