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 안에서 아이들의 움직임 욕구를 최대한 해소할 수 있는 나의 하루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아침의 첫 순서: 줄넘기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지각을 면하고자 급하게 등교하고 난 뒤 아이들은 대부분 멍한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1교시 수업을 곧바로 시작하면 집중은커녕 하품만 연신 나오게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활력을 돋우기 위해서 아침에 줄넘기를 하여 심박수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줄넘기를 시도하기 전에 아침 달리기도 해 봤었는데, 운동장에 나갔다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간도 넓게 필요한 데다가, 비가 오는 경우 대체할만한 활동이 없었다. 반면 줄넘기는 실내에서도 할 수 있고, 활동의 목표가 분명하여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자신의 수준에 맞게 연습하고 다음 단계로 레벨 업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침 줄넘기는 5분~10분 정도 진행한다. 줄넘기 급수표에 따라서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교사가 검사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학생들은 연습을 하는 식이다. 사실 연습 시간 내내 정말 성실하게 줄넘기만 연습하는 학생들은 기합이 바짝 들어있는 학기 초가 아니면 거의 없다. 연습하면서 중간에 주변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지만, 이런 시간 또한 뭔가를 해소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과하지 않으면 용납하는 편이다. 그러나 줄넘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다가 줄넘기는 잠깐 깔짝거리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눈에 띄게 보일 경우에는 지도해야 한다.
쉬는 시간 : 정해진 쉬는 시간을 반드시 지킨다.
초등학교는 수업 시간 40분, 쉬는 시간 10분, 중간 놀이 시간 30분의 시정으로 운영된다. 혹여 앞의 수업이 약간 길어져서 쉬는 시간을 늦게 시작하게 될 겨우, 그다음 수업 시간이 줄어드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10분의 쉬는 시간을 준다. 이동 수업을 하고 교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5분 정도가 지나있더라도, 교실을 도착한 시간부터 10분을 카운트한다. 만약에 중간 놀이 시간에 전교 학생 임원 선거 소견 발표나 화재 및 지진 예방 대피 훈련이 있는 경우, 3교시 수업 시간을 대폭 줄이더라도 정해진 30분은 꼭 놀게 해 준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쉬는 시간을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선생님은 언제나 너희의 쉬는 시간을 존중하고 보장하노라는 큰소리도 뻥뻥 쳐 둔다.
물론 이때에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은 있다. 일단 3의 소리가 넘을 정도로 크게 소리 지르지 않을 것, 친구 사이에 정해지지 않은 스킨십을 하지 않을 것(가벼운 몸 장난은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형태의 몸싸움으로 번질 수 있음), 위험한 행동을 하여 다치지 않을 것 등이다. 위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산성비를 주고 생활 공책에 기록하게 한다. 과거와 같이 쉬는 시간을 박탈하는 잘못된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중간 놀이 시간 : 교사와 함께 하는 술래잡기 놀이
일단 이 활동은 저학년 한정이라는 것을 알려둔다. 중~고학년의 경우에는 굳이 교사가 주도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의 놀이 문화가 꽤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학년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놀이를 하다가도 다툼이 자주 일어나고, 놀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을 괴롭혀서 관심을 획득하는 잘못된 접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강당이나 실내 체육교실의 빈 공간으로 반 전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술래 잡기를 했다. 기본 술래잡기, 얼음땡, 눈 감고 술래잡기, 스틱 술래잡기 등 술래잡기의 종류는 무궁구진하고 아이들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질리지 않는다. 아마 저학년을 가르치는 가장 큰 메리트가 이것일 것이다. 똑같은 것을 100번 해도 한결같이 재미있어하는 것!
보통 남자, 여자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당 3분의 술래잡기를 번갈아가며 2판씩 진행한다. 총 4판 하게 되면 이동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짧은 시간 놀아도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내며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놀이가 끝나면 다들 땀에 흠뻑 젖어 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3교시를 시작하게 되면 정말 차분한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급식 후 오후 수업 시작 전 : 저학년은 율동, 고학년은 스쿼트
작년에 오래간만에 다시 2학년을 맡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3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데, 4교시 수업을 하려고 보니 아이들 눈이 다들 멍해져 있는 상태였다. 밥을 먹고 난 직후라 소화를 시키는 데 바쁜 몸이 뇌의 집중력을 모두 빼앗아간 것이다. 아직도 수업 시간은 2시간이 더 남아있는데 이 상태로 어떻게 수업을 더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율동이었다.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기 위해 식후에 산책 30분을 하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하니, 30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근육을 좀 써 주면 식곤증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저학년은 대부분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흥이 많은 학년이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크게 의식하지 않는 나이이다. 그래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느낌대로 동작을 크게 크게 만들며 신나게 춤을 춘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굳이 교사가 앞에서 시범을 보이지 않아도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을 틀어주면 끝이니, 나처럼 삐걱삐걱 몸치여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채널은 <흥딩 스쿨>이었다. 학년 초에는 책상춤처럼 간단한 춤으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추는 춤으로 서서히 바꿔간다. 같은 곡으로 2주일 정도 연습하면 나중에는 대형까지 자연스럽게 맞춰가며 춤을 출 정도로 실력이 늘어난다.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아이들의 귀여운 율동을 관람하는 교사도 행복하고, 그다음 수업의 집중도도 확 올릴 수 있는 일석 삼조의 활동이라 적극 추천한다.
고학년의 경우는 반 성향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저학년과 똑같이 깜찍한 율동을 추라고 하면 굉장히 난색을 표하는 편이다. 나의 춤사위가 다른 친구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의식하게 되는 나이이고, 춤에 관심 있는 아이들도 방송 댄스 쪽을 좋아하는 거지 율동은 유치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학년의 경우 수업 시작 전 대근육 운동으로 스쿼트를 하고 있다. 정확한 스쿼트의 움직임을 요구한다기보다, 다리 근육을 사용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어 활동한다. 학기 초에는 교사가 직접 시범을 보였고, 익숙해지면서 그 주의 반장이 앞에 나와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 15개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개수를 늘려서 35개 정도까지 했는데, 은근히 시간이 걸리고 뒤로 갈수록 자세가 많이 흐트러지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요즘에는 20개의 스쿼트를 하고 난 뒤 10초 동안 홀딩 스쿼트를 하고 있다. 홀딩하는 시간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율동은 거부하지만 그나마 체조는 덜 힘들어하는 편이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국민 체조’나 ‘새천년 건강체조’를 연습하기도 한다. ‘새천년 건강체조’도 일부 동작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초반부에는 조금 저항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체육 시간 : 우천 시에는 교실에서라도 활동한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역 내에서도 매우 큰 학교에 포함된다. 여기에는 여러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장점은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고 가장 큰 단점을 말해보자면 특별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학년 반 별로 운동장, 강당, 시청각실, 소체육실 등의 시간표가 이미 빡빡하게 다 채워져 있어서 교육 과정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수업을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장 체육 시간표가 짜인 날 비가 오거나 기타 악천후의 상황이면 학생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학교를 오는 이유가 오로지 체육 하나인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체육에 진심인 아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하나다. 월, 화, 수, 목, 금요일 5일 모두 체육을 하는 것. 사실 이것은 교사인 나도 같은 마음이긴 하다. 5일 내내 체육 수업을 구상하려면 수업 준비하는 게 좀 힘들긴 하겠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의 발달 연령을 고려하면 하루에 최소 40분 이상 집중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운영해야 하는 각 과목당 시수와 진도는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내가 임의대로 특정한 과목만 지나치게 늘려서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시간표 상으로 짜인 체육 시간은 절대 빼지 않고 모두 다 하는 것이다. 비가 올 경우 교실에서라도 진행할 수 있는 수업으로 융통성 있게 대체하되, 안전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한다.
체육 수업을 진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각 활동의 연결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업의 흐름을 잘 구조화하는 것이다. 교실 밖을 나가자마자 아이들의 집중력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으므로, 그날 진행할 활동과 중요한 내용은 운동장에 나가기 전 교실에서 미리 설명한다. 그리고 학기 초에 각종 줄 서기와 수신호 및 구호 등을 확실하게 연습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 중간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렇게 되면 본 활동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체육은 다른 과목에 비해서 다이내믹하게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므로, 잠깐의 방심과 장난이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자유다. 그래서 교사의 지시가 더 분명하고 강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수련회와 같은 장소에서 교관이 괜히 모자에 선글라스 쓰고 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움직임 욕구를 해소해 주기 위해서 교사는 그것보다 2배로 더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므로, 체력과 정신력의 소진에 시달리는 학교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과 민원에 시달리는 요즈음은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계획된 범위 안에서 많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반에는 확실히 평화가 올 것이다. 만약 평화의 수준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쟁의 규모가 더 작아지긴 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나름의 비책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