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쓰는 것이 언제나 더 낫다

2025년 7월 12일 토요일

by 곽예지나

am 7:08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아주 긴 호흡의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성격이 급해서인 것 같다. 글을 얼른 써버리고 싶어서 긴 글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다가 도통 결말에 도달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그렇다. 책이 아니라 하나의 포스팅으로 보는 경우 더욱 그런 느낌인데, 글이 적당한 길이에서 끝나지 않으면 스크롤을 내리는 손이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된다.


결국 이것은 ‘내’가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하고 비슷할 거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논리이기도 하다. 다소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문장들을 쳐내고, 쳐내고, 또 쳐낸다. 이런 게 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그것도 하나의 개성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한 가지 주제로 긴 호흡의 글을 써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랑,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건 많이 다르니까.


아침마다 글을 쓰는 습관은 어느 정도 몸에 익은 것 같으니, 이제 호흡을 좀 더 길게 가져가는 연습을 해볼까 싶다. 한 글감을 가지고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써서 좀 더 긴 글로 완성해 보는 것이다. 쓰다 보면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이 뭔지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겠지. 아니면 쓰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또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양적인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남편은 내가 어떤 종류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써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동화도 좋고, 소설도 좋고. 원래 소설이라는 게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특정한 상황과 대상에 적절히 녹여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거라면서. 실제로 사람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가상의 인물에게 더 몰입하고 공감하곤 한다. 가상의 인물에게는 책에 서술된 것 외에는 새롭게 나를 실망시킬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소설이란, 뭔가 넘을 수 없는 아주 높은 벽 같은 존재랄까? 가상의 이야기를 써 본 게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인 것 같은데, 그 이후로 다시 쓰지 않는 이유는 일단 가장 첫 번째 독자인 나를 만족시킬 수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는데 민망해서 어디로 숨고 싶은 그런 느낌. 자기가 사랑하지 못하는 글을 다른 사람 앞에 내놓을 수는 없다. 결국 내가 소설을 쓰려면 이 민망함을 이겨낼 만큼 철면피가 되거나, 아니면 스스로 민망하지 않을 만큼의 수준이 돼야 한다는 건데, 현재로서는 두 개 모두 이룰 방도가 없다.


너무 깊은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써 보자 생각하며 시작한 브런치북이 어느새 두 권째가 되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머릿속 어딘가를 떠돌다가 소멸하는 영혼처럼 흩어지고 말았을 생각들을, 활자라는 구체화된 형태로 다시 표현해서 세상 위에 붙잡아두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만족감을 느낀다. 첫 번째 권을 쓸 때는 사실 마냥 재밌기만 했고, 두 번째 권을 쓰면서는 이런저런 고민을 좀 더 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내가 지금 이런 일기를 쓰고 있는 과정도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쓰는 것은 안 쓰는 것보다 언제나 무조건 더 낫다. 마음속에 있는 아주 은밀한 비밀만 빼고는.


am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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