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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달리는 중입니다.

2인승 자전거에 3명이 타는 법

by 콩알아빠


“하하, 누나랑 죽어라 페달 밟고
우리 가족사진 한 장은 건졌네.”

총각 시절, 부모님과 여행 중
4인승 레일바이크를 탔던 기억이 있다.

햇살은 따뜻했고, 강변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부모님은 뒷자리에 앉아 풍경을 만끽하시고,
누나와 나는 앞자리에 앉아
힘껏 페달을 밟았다.

중간쯤에서 모터가
힘을 잃고 자전거가 멈췄다.
누나와 나는 뒤에 계신
부모님께 티 내지 않으려고
허벅지가 터지도록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겨우 도착했을 때쯤
꽃밭 한가운데 직원이 불쑥 나타나
찰칵— 찍힌 사진이
십몇 년 만의 가족사진이 되었다.
지금도 어머니 화장대 위에

그날의 추억이 놓여 있다.

와이프와 나는 콩알이가 생기기 전까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2인승 자전거 선수였다.

회사생활과 가사노동, 주말의 루틴까지
서로의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우며 잘 달렸다.

와이프는 요리와 빨래를,
나는 청소와 설거지를,
서로가 맡은 영역을 충실하게 하였다.
쉬는 시간엔
각자의 공간에서 조용히 각자의 시간을 지냈다.

그러나 콩알이가 생기고 나서
우리 부부의 생활의 속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와이프는
입덧이 심한 날에는 먹은걸 모두 토해냈다
배가 뭉치는 날엔
작은 움직임조차 어려워졌다.

와이프가 힘들 때면,
나의 가사 노동은 자연스레 늘어났다.
청소도, 설거지도, 빨래도.

어느 일요일 밤,
와이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샤워까지 마친 뒤
와이프 다리를
조심스럽게 주물러 주었다.

원체 땀이 많은 체질이라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마에 맺힌 땀이

와이프 다리에 똑떨어졌다.

그 순간, 와이프가 뒤돌아서
땀 흘리는 내 얼굴을 보고 울먹였다.
“방금 씻었는데 또 땀 흘리는 거야…
나 만나서 오빠가 고생하네 미안해.”

나는 깜짝 놀라
“원래 땀이 많아. 좀만 해도 나!!”


와이프는 미안하다며

그날 엉엉 울었다.

나는 안다.
지금은 내가 페달을 더 밟아야 할 때고,
언젠가 내가 지칠 때
내 아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낼 거란 걸.

그리고 지금은
2인승 자전거에 조만간 뱃속에 있는

콩알이까지 태울 준비를 하며
이 자전거를 조심스레 몰아가야 할 시간이다.

언젠가 이 긴 터널을 지나

그날처럼
햇살 가득한 꽃밭에서
우리 가족이 찍은 사진 한 장을
내 책상 위에 올려둘 수 있기를 바라며.

그때까진 죽어라 페달을 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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