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4일 만에 받은 프러포즈

결혼 3개월 전

by 자몽까는언니
결혼 이야기를 절대로 먼저 꺼내지 마라

결혼 이야기는 남자가 먼저 꺼내야 그림이 아름답다.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클래식은 진리다. 남성은 본인이 원하는 이성을 노력 끝에 정복했을 때 성취감이 극대화되고 대상에 대한 강한 애착이 생긴다. 어렵게 얻을수록 성취감과 애착은 더욱 커진다. 나는 어린 나이부터 본능적으로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위에 많은 여성들이 남자친구에게 결혼을 압박하거나 혹은 애태우며 저자세로 행동하는 경우를 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의 입장에서 조급해질 수 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돌아가야 한다. 연애초반부터 여성이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이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제기간이 길다면 남성이 당장 결혼 생각이 없더라도 어렵게 설득해 다행히 결혼으로 골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여우 같은 여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방식, 즉 사랑받는 방식으로 결혼을 한다. 결혼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사랑받는 여자는 결혼을 압박으로 얻어내지 않는다.


사랑받는 여자가 결혼하는 법

여자는 결혼 이야기를 절대 먼저 꺼낼 수 없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사귀기 전에는 결혼 이야기를 얼마든지 해도 된다. 사귀기 전에는 관계가 정립되기 전이기 때문에 본인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오히려 상대에게 보여줘야 한다.

나의 경우 남편과 교제하기 전, 결혼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밝혔다. 마흔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연애를 오래 끌고 갈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편은 본인은 결혼이 급하지 않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 입장에서 그 말은 달갑지 않았지만 그의 가치관인 만큼 존중해주고 싶었다.

서른아홉이나 되는 내 입장에서 결혼이 급하지 않은 동갑내기와 교제를 시작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서 금쪽같은 시간을 그에게 과감히 투자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신 나는 속으로 기한을 정했다. 이 남자와 딱 6개월 만나겠다. 6개월 만나서 그가 내게 결혼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내겠다. 그래서 반응이 뜻뜨미지근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지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다짐을 하고 그와 교제를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에 그와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정도의 시간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줏대 있게 이성을 만났으면 좋겠다. 본인만의 기준이 없다면 결국 을처럼 상대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인생을 절대 살 수 없다.


사귄 지 4일 만에 받은 프러포즈

우리가 교제하기로 한 다음날부터 그는 나를 매일 보러 왔다. 마치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황홀해했다. 내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감사할 줄 아는 그 사람에게 나 역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면서 행복해졌다. 사귄 지 4일이 되던 밤 그가 갑자기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히는 결혼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발단은 이랬다. 저녁에 삼계탕을 먹을 거라는 나의 말에 그도 우리 집에서 삼계탕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뜬금없이 옛말에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준다’는 말이 있다는 말을 꺼내면서 말이다. 그의 말에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에게 지금 내게 프러포즈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6월에 하려면 지금 하는 게 맞나?


우리가 며칠 전 전주에서 재미로 본 점집 아저씨의 말을 그가 귀담아들었는 줄은 몰랐다. 더욱이 교제 전에 그는 결혼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무리 장난이어도 이렇게 빠르게 결혼 이야기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순간 어떻게 반응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대답을 망설였지만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굳이 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 둘 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결혼을 진행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 빨리 잘 알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둘만의 일상을 제한적으로만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결혼은 양가 집안의 결합이자 서로의 전부를 공유하는 것이다. 솔직히 교제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연애만으로는 서로를 진정으로 깊게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래 사귄 연인이 상견례 자리에서 파혼을 했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지 않던가.


사귄 지 2주 만에 결혼 확정

그는 양가 부모님과 우리를 연결해 준 주선자 두 분에게 우리가 결혼 전제로 만난다는 사실을 전하자고 제안했다. 결혼 이야기를 벌써 꺼내는 것이 내심 조심스러웠지만 알겠다고 답했다. 망설이며 미루던 차에 그는 주선자에게 우리의 결혼소식을 전했는지 재차 물어보았다. 아직 전하지 못했다고 대답하니 빨리 전하기를 재촉했다. 결국 내 마음의 준비가 되기도 전에 얼떨결에 부모님과 주선자 언니에게 그 말을 전해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문제가 발생했다.


분명 그가 내 주변인들에게 결혼 사실을 빨리 전하도록 상황을 만들어놓고 막상 그렇게 하니 이제 와서 대뜸 ‘무섭다’ ‘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반면 그렇게 불안해하다가도 어떨 때에는 ‘앞으로 같이 있을 생각 하면 너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었다. 그의 불안정한 모습에 조금씩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가 내게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급하게 결혼을 준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인 즉 어머니께서 너무 급하게 결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표하셨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매우 나빴다. 이 모든 상황은 그가 먼저 제안해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도, 양가 부모님과 주선자들에게 교제 사실을 알린 것도 전부 그가 서두르며 하자고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너무나 쉽게 결혼이야기를 번복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 그는 과연 말과 행동에 무게감이 있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실망스러웠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기분이 매우 나쁘다고 말하며 이러한 나의 심경을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앉은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나는 그를 향해 조소를 흘리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건넸다.

엄마랑 잘 이야기해 봐.


나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순간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을 한 그를 등지고 나는 집에 들어갔다. 나중에 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당시에 이렇게 나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이 나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 중에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날 밤 나는 집에 들어와서 바로 씻고 침대에 누었다. 어쩌면 그와 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이야기가 애초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을 진행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일시정지가 되어버린다면 앞으로 이 사람이 하는 말을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했다. 그에게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찍혀있었다. 답하지 않았더니 카톡이 왔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잘 자고 있지? 전화로 말한 것처럼, 네가 날 믿는데 내가 망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과 말의 무게를 알게 되었어. 앞으로는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더 고민할게.


다음 날 그는 나에게 A4사이즈 5장을 가득 채운 그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주었다. 새벽 내내 이 편지를 썼을 것을 생각하니 그 정성도 감동이었고 무엇보다 내용이 감동적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말과 행동에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앞으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다시는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었다. 그는 내 눈을 보고 이제부터는 나와의 결혼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와인을 마시며 맛있는 것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그에게 좋은 선물도 받았다. 중간에 잠깐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그렇게 우리는 사귄 지 정확히 2주 만에 결혼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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