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감정의 조개껍데기 #001,
예민한 것도 괜찮다, 다만 방향이 문제다.
나는 나를 향해 예민해지고
세상에는 무던해지고 싶었다.
그 작은 다짐이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들었다.
나는 스스로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안다. 그리고 요즘은 이 예민함을 두 가지로 나누고 싶다. 나를 향한 예민함은 더 키우고, 타인을 향한 예민함은 좀 줄이고.
내 안에서는 플룻 연주자의 숨소리 하나에도 감탄하고, 러닝 하다 따뜻한 바람이 스치면 멈춰 서서 그 순간을 만끽한다. 호수나 강을 바라보면서 괜히 마음이 커지고, 책을 읽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면 괜히 뿌듯하다.
이렇게 세심하게 듣고, 보고, 느끼고, 표현하면서 나는 나를 채워간다. 단순히 소비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섬세하게 포착하고, 오래 머물며, 나만의 감각으로 저장해 둔다.
하지만 타인을 향할 때는 다르다. 타인의 표정이나 말투를 억측하고 짐작하는 일은 내려놓는다. 필요 이상의 예민함은 결국 피로만 남긴다. 그래서 타인에게는 그냥, 있는 그대로. 주어진 말을 듣고, 주어진 온기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내향성이라는 건, 거창한 무언가는 아니다. 그냥 내 안에 조용한 집 하나 짓고, 그 집 안에서 충분히 나를 채운 다음, 가끔 창문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는 일. 나에게는 그게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