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걱정인가?
요즘 엄마는 내가 태어나게 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치 처음 꺼내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 내가 너를 낳을지 지울지 엄청 고민했었어.
내가 너를 임신 했을때 엄청 힘들었었거든.
내가 너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낳았잖아.
사실은 네 아빠가 너 지우라고 했었는데, 내가 우기고 낳은거야.
한 명만 낳자고 약속하고 결혼했어. 그래서 너만 낳고 그 약속을 지켰지."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를 낳아줘서 감사하다고 해야하는건지 내 존재 자체가 실수였던 건지 헷갈리곤 한다. 이 이야기를 엄마는 근래에 머리에 박히도록 자주 이야기를 하신다.
"네 아빠는 임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연락을 끊더라."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했어?"
"그래서 내가 막무가내로 그 사람 집으로 찾아갔지."
"아빠가 엄청 당황하셨겠네."
"응,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어. 벌써 배가 나오고 있는데 지울수도 없었어. 그리고 내가 네 아빠를 많이 사랑했거든. 네 아빠 없이 살 자신이 없더라."
"그래도 싫다는 사람 집까지 찾아갔어? 좀 그렇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았지. 그래서 내 짐 다 싸들고 그 집으로 들어가서 살았어."
" 너무한거 아니야? 그냥 지우고 새 인생 시작하지 그랬어?"
"내가 네 아빠를 너무 사랑했었나봐."
"그래서 시부모님은 뭐라고 안하셨어? 시부모님들도 놀라셨겠는데?"
"시아버님이 네 아빠 등짝이며 머리며 계속 때리시면서 애를 임신 시켜 놓고 연락을 안하면 되냐? 애를 지우라고 했다는게 말이 되냐? 그러면서 계속 혼내시더라고."
"할머니는?"
"시어머님은 계속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고 아무 말씀 없으셨어."
"그날 난리도 아니었겠다."
"응, 그날 이후에 네 아빠가 물어본게 있었어."
"뭔데? 그 아기...자기 아기 맞냐고.."
"뭐야? 너무 한거 아니야? 나 같음 애 지우고 같이 안살아!"
"그렇게 간단하면 내가 거기를 찾아갔겠어?'
"인생 뭐 그리 복잡해? 괜히 내가 태어난 것 같아."
"아니야, 네가 태어나고 네 아빠도 조금 바뀌었고 시부모님들도 잘해주셨어. 특히 시아버님이 엄마한테 잘 해줬어. 어린데 시부모랑 살고 아기도 키워야 한다면서..."
"신혼도 없이 계속 시부모님하고 같이 살았어?"
"그치, 둘다 돈이 없으니까. 네 아빠가 엄마 집으로 가는 건 싫어하고..."
내 나이 서른살이 넘어서 내가 태어나게 된 배경을 그렇게 듣게 되었다. 엄마는 한참을 말씀하시다가 갑자기 피곤하시다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내가 축복 없이 태어난 아이라니 마음이 저려왔다.
엄마는 1시간 가량 낮잠을 주무시고 일어나셨다. 냉장고 문을 열고 무언가를 한 참 찾으신다.
"뭐 찾아? 내가 찾아줘? 뭘 찾으시길래 그렇게 오랫동안 냉장고를 떠나지를 못하실까...?"
"나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배고파. 근데 내가 여기 케이크 사다 넣어 놨는데 네가 먹었어?"
그러면서 버럭 화를 내신다.
"케이크? 무슨 케이크? 언제 사다 놨어? 나는 못 봤는데? 그리고 엄마 아침, 점심 다 드셨는데 뭘 또 아무것도 안먹었다고 하신데...? 그리고 별것도 아닌 걸로 왜그리 화를내셔요?"
말을 하고 나서 이상한 느낌이 스친다. 저번에는 나를 엄마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식사 한 것을 잊어버리셨다.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화를 내신다. 엄마의 낯선 모습을 많이 마주했다. 내가 의심하는 증상이 맞을까?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근래에 엄마가 내가 태어난 배경 이야기를 지겹도록 많이 반복하시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아닐거다. 아니길 바란다.
회사를 관두고 엄마를 돌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회사를 다녀야 먹고 살 수 있다. 우선 병원에 방문을 해야할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할까? 머리가 복잡하다. 마음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