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몰랐어
왜 너였는지, 어떻게 스며든 건지
그저, 하루 끝에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 하나로 하루가 환해지기도 했고,
아무 일 없던 밤이 괜스레 서글퍼지기도 했지
말 한마디 없던 날들에도
네가 지나간 자리에
고요한 온도가 남아 있었고
그 온기는 오래도록 나를 붙들었어
시간은 흐르는데
이유는 남지 않았지
그래도 마음은 너를 기억하더라
지워지지 않는 무엇으로 남았어
달빛 아래 너의 이름을 부르다
어느새, 모든 이름이 너로 들리기 시작했어
바람, 계절, 고요, 꿈…
그 모든 단어들이
너의 목소리를 닮아 있었어
지나치는 풍경마다, 멈추는 순간마다
너는 늘 거기 있었다
이별이 아닌데도
잊히지 않는 사랑이 있고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매번 마음이 먼저 가 닿는 사람이 있어
사소한 장면에도, 아무런 말 없이도
자꾸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너였어
어떤 계절은 네 손길 같고
어떤 침묵은 너의 숨결 같았어
매일 지나치는 시간마다
네가 한 번쯤은 거기 다녀간 것만 같았지
사계절 내내, 네 흔적이 사라지지 않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우리를 지나치지 못하고
세계는 너의 흔적을 지우지 못해
그 모든 것의 이름이, 결국
너 하나로 귀결되었어
그래서 내가 부르는 모든 것이
결국 너를 닮아 있었던 거야
그러니 나는
네 이름 하나로
이 세상을 다시 부르기로 했어
이름 하나만으로도 완전한 존재였던 너를,
다시 처음처럼 마음속에 새겨넣기로 했어
그리고 알게 되었지
이유 없는 스며듦이야말로
가장 깊은 사랑이란 걸
계획하지 않아 더 소중했고
흘러들었기에 더욱 진실했던 그 마음이야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