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늘 등을 민다
어디로 가라 말도 없이 그저 등을 떠미는 그 느낌만 남는다
마치 세상도 내 결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묵묵히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면 익숙한 그림자 하나쯤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가끔은 내 발소리도 낯설었다
가끔은 내 한숨이 낯선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자주 만났다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체온으로 잠시 따뜻해져도
그 따뜻함은 너무 빨리 식었다
저마다의 불빛은 각자의 창으로 꺼졌다
함께였던 순간들마저 시간이 데려가 버리면 남는 건 조용한 혼잣말뿐
그 혼잣말도 언젠가는 스스로의 위로가 되지 못할 때가 있다
삶은 혼자다 사랑해도, 상처받아도 결국 혼자 견디는 밤이 더 많았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도 결국은 고요함이 돌아왔다
그래도 이 고독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했고
이 고독이 나를 나로 있게 했다 사람이 없어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 자신이었을 것이다
어두운 방 안에서 창문 너머로 새벽이 번질 때 나는 알게 되었다
가장 고요한 시간에 내 안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울린다는 걸
혼자인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