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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푸드에세이 장려상 수상

가을꽃길

by 유호현 작가

며칠 전, 친구들과 고령 코스모스 축제에 다녀왔다. 아내와 나는 코스모스 가득한 꽃길을 걸으며 내내 황홀했다. 벚꽃은 많이 보러 갔어도 가을꽃길은 처음이라 우린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오늘 제5회 오뚜기 푸드에세이 수상 결과가 나왔다. 나는 장려상을 수상했고 3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오뚜기 로고는 내 기억이 닿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소품 같았다. 그 오랜 배경이 입을 열어 내 이름을 불러주니 기분이 참 묘했다.

수상 결과를 보고 마음이 간사해졌다. 더 잘 쓰고 많이 퇴고했으면 큰 상을 받았을까 하는 아쉬움. 매년 4000명 이상 참여하는 큰 공모전에서 장려상이나 받았다는 안도감. 오만과 겸허가 번갈아 스치고, 이 돈으로 뭘 할까라는 행복한 고민까지.

인생의 봄이라는 청소년기에 나는 상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인생의 가을인 중년 문턱에서 상을 자주 받는다. 뒤늦게 핀 꽃이라 더 향기롭다.

가을꽃길 참 향기롭다. 아내와 나는 한 송이 코스모스처럼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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