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1 괴기 산장, 7장 병아리 이야기

7장: 병어라 이야기 - 우리 가족의 작은 생명들

by 글빛누리


기적 같은 선물

봄이 오던 어느 날, 엄마는 작은 골판지 상자를 들고 집에 돌아오셨다. 평소와 다른 설렘이 엄마의 표정에 어려 있었다.

"얘들아, 이리 와봐. 보여줄 게 있어."

우리는 엄마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엄마가 상자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자 노란 솜뭉치들이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병아리들이었다!

"우와! 병아리다!" 나는 너무 신이 나서 펄쩍 뛰었다.

미군 부대에서 퇴근길에 맞은편 미군 농장에서 얻어온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미군들은 닭을 키우고 있었고, 엄마가 일하는 곳에서 친분이 있던 미군 아저씨가 병아리 여섯 마리를 엄마에게 준 것이다.

누나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조심스럽게 병아리 하나를 손에 올려놓았다. 병아리의 부드러운 털과 따뜻한 온기가 누나의 손바닥에 전해지자, 누나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


새로운 가족들

"엄마, 이거 우리가 다 키워도 돼요?" 누나가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달걀을 먹을 수 있을 거야. 잘 키워보자."

엄마의 말에 우리는 더욱 기뻐했다. 당시 달걀은 귀한 음식이었다. 가끔 시장에서 구경하는 정도였지, 우리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만의 닭을 키운다는 것은 마치 보물을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저녁, 우리는 병아리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내가 제일 먼저 가장 작은 병아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막내'야! 제일 작으니까."

"그럼 이건 '대장'이다. 제일 크고 씩씩해 보여." 누나가 덩치가 큰 병아리를 가리켰다.

나머지 병아리들도 각각 '깜장이'(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는 병아리), '삐약이'(가장 소리를 많이 내는 병아리), '복실이'(털이 유독 복슬복슬한 병아리), '멋쟁이'(걸음걸이가 당당한 병아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돌봄의 기쁨

우리는 방 한쪽 구석에 작은 집을 만들어 주었다. 헌 상자 안에 짚과 헝겊 조각들을 깔아주고, 물을 담은 작은 그릇과 모이를 넣어두었다. 엄마는 미군 부대에서 얻어온 빵 부스러기와 쌀뜨물을 병아리들의 먹이로 주었다.

아침이면 제일 먼저 병아리들을 확인했다. 자고 일어나면 병아리들이 조금씩 더 큰 것 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봐봐, 대장이 어제보다 더 커진 것 같아." 누나가 말하면 나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정말로 병아리들은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처음에는 노란 솜뭉치 같았는데, 점점 깃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걸음걸이도 더 단단해졌고, 울음소리도 더 힘찼다.

병아리들을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책임감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우리가 잘 돌봐주지 않으면 이 작은 생명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극의 날

그날은 평범한 아침이었다. 학교에 가기 전 병아리들에게 인사하러 갔는데, 상자 주변이 이상했다. 상자는 뒤집혀 있었고, 주변에는 노란 솜털과 핏자국이 흩어져 있었다.

"엄마! 병아리들이 없어요!" 나는 다급히 소리쳤다.

엄마와 누나가 달려왔다. 엄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더니 담장 아래에서 발자국을 발견했다.

"고양이가 들어온 것 같구나."

나는 그 말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내 작은 친구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누나도 눈물을 흘렸다. 우리에게 병아리들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병아리들이 고양이의 먹이가 되어야 했는지. 어린 마음에 처음으로 느낀 이 세상의 냉혹함이었다.

그날 학교에서도 집중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뭘 가르치시는지도 모르겠고, 친구들과 놀아도 재미가 없었다. 계속 병아리들 생각만 났다.

집에 돌아와서도, 다음 날도, 나는 계속 병아리들을 생각했다. 밤에는 꿈에서 노란 병아리들이 내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꿈 속에서 병아리들은 안전했고 행복해 보였다.


기적 같은 재회

비극의 날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어느 오후, 누나와 나는 담배밭 근처를 걷고 있었다. 병아리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우리는 말없이 걷고 있었다.

갑자기 누나가 내 팔을 꽉 잡았다.

"저기 봐! 막내야!"

누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분명 작은 병아리 한 마리가 홀로 서 있었다. 더 이상 노란 솜뭉치가 아니라 약간 자란 병아리였지만, 그 작은 몸집과 걸음걸이를 보니 분명 우리의 '막내'였다.

"막내야! 이리 와!" 나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그러나 막내는 우리를 보자마자 놀라서 담배밭 사이로 달아났다. 우리는 막내를 쫓아 담배밭으로 들어갔지만, 키 큰 담배 잎 사이로 막내는 금세 사라져버렸다.

"믿을 수가 없어." 누나가 말했다. "막내가 살아있어!"

그것은 우리에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소식을 전했다.

"정말? 한 마리가 살아있다고?" 엄마도 놀란 표정이었다. "어쩌면 고양이가 덮치기 전에 도망쳤을지도 모르겠구나."


야생에서 자란 막내

그날부터 우리는 매일 담배밭 주변을 살피며 막내를 찾았다. 가끔 멀리서 그 모습이 보이곤 했지만, 우리가 다가가면 어김없이 숨어버렸다. 막내는 이미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초여름이 되었을 무렵, 막내는 더 이상 병아리가 아니었다. 어느새 제법 큰 닭으로 성장해 있었다. 갈색 깃털에 붉은 볏을 가진 수탉으로 자라난 막내는 이제 담배밭의 주인이 된 듯했다.

매일 아침, 저 멀리서 들려오는 "꼬끼오!" 소리는 막내가 아직 건재하다는 신호였다. 그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안도했다.

"막내가 혼자서도 잘 살고 있구나." 누나가 말했다.

"응, 막내는 정말 강해." 나도 동감했다.


추격전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제안했다.

"저 닭을 잡아서 닭백숙을 해 먹자."

"아니에요! 막내는 안 돼요!"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얘야, 닭은 결국 음식이 되는 거야. 게다가 수탉이라 알도 낳지 못해. 이제 잡아먹을 때가 됐어."

하지만 식량이 귀하던 시절, 한 마리의 닭은 가족의 귀중한 식량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막내를 잡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막내를 잡기 위한 작전을 세웠다. 엄마는 뒤쪽에서, 누나는 왼쪽에서, 나는 오른쪽에서 담배밭을 포위하기로 했다.

"자, 이제 소리치면 동시에 뛰는 거야."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 둘, 셋!"

우리는 일제히 담배밭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내는 놀라서 꼬끼오 하고 울며 담배밭 안쪽으로 도망쳤다.

막내는 우리보다 담배밭을 훨씬 잘 알고 있었다. 담배 잎 사이의 좁은 통로를 빠르게 누비며 도망쳤다. 우리는 한 시간 넘게 막내를 쫓았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우리는 풀밭에 지쳐 누웠다.

"저 녀석, 정말 영리하구나."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살기 위해서는 영리해야 해." 누나가 대답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막내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도리어 막내는 우리 가족의 일원처럼, 담배밭의 파수꾼처럼 존재하게 되었다.


생존의 지혜

가끔은 담배밭 가장자리에 곡식알을 뿌려두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막내도 점차 담배밭 가장자리까지 나와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다가가면 재빨리 도망쳤다.

"막내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말했다.

"응, 막내는 강하니까." 누나가 대답했다.

어쩌면 나는 그때 막내를 통해 더 중요한 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삶이란 살아남는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로는 도망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도망은 결코 비겁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혜라는 것을.

나는 지금도 가끔 꿈에서 그 담배밭과 거기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막내의 모습을 본다. 어쩌면 그것은 내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자유로움과 생존의 본능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수,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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